_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오월의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내 의지로 16년 동안 밖으로 안 나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비장애인 중심적인 사회와 그 사회의 시선을 갖고 있던 내가 장애인인 나를 가두었던 거죠."
"그런데 나와보니 시선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내 시선이 바뀌었거든요."
"야학은 우리만의 아지트였어요. 맨날 집에만 있던 장애인들이 모여 있을 공간이 생기니까 너무 해방감이 들고 좋았던 거예요. 어느 날 한 사람이 집에 안 들어가고 야학에서 살면 안 되냐고 물었어요. 씻는 것도 불편하고 화장실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활동지원을 해줄 사람이 없는데 어쩌겠다는 거냐고 내가 되물었어요. 그때 들은 이야기가 지금도 사실 믿기 어려워요. 자긴 집 지키는 개였다고 했어요. 가족들이 나가면서 "집 잘 지켜"하고. 돌아와서는 "집 잘 지켰어?" 한대요. 아침에 밥을 주고 가면 점심, 저녁까지 먹어야 하는데 손을 쓸 수 없으니까 엎드려서 핥아먹었대요. 어쩌다 라면을 끓여주고 가면 점심이면 면발이 퉁퉁 불어 있고 여름이면 쉰밥을 먹기도 했대요. '가족이 정말 그랬다고?' 집에서만 지냈던 16년 동안 내 가족이 나를 그렇게 방치해둔 적은 단 하루도 없었으니까 나로선 상상이 안 됐어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야학에서 생활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