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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 Dec 18. 2021

나는 잠시 노를 젓지 않는다.


반나절 동안 내린 비로 촉촉이

젖은 하늘이 있는가 하면

구름 한 점 없이 메마른 하늘도 있다.


감히 그 고요를 깨기보다는

도리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잔잔히 흐르는 강이 있는가 하면

조약돌에 스치며 꽤나 큰 물소리를 내는

괜스레 긴장하게 되는 여울도 있다.


앞으로 가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에는

노를 잠시 걸어놓은 채

젓지 않아도 된다.


흐르는 강물 위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바라봐도 되고

여울물에 남실남실 비치는

달을 바라봐도 된다.


나는 잠시 노를 젓지 않는다. | 최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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