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동안 내린 비로 촉촉이
젖은 하늘이 있는가 하면
구름 한 점 없이 메마른 하늘도 있다.
감히 그 고요를 깨기보다는
도리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잔잔히 흐르는 강이 있는가 하면
조약돌에 스치며 꽤나 큰 물소리를 내는
괜스레 긴장하게 되는 여울도 있다.
앞으로 가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에는
노를 잠시 걸어놓은 채
젓지 않아도 된다.
흐르는 강물 위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바라봐도 되고
여울물에 남실남실 비치는
달을 바라봐도 된다.
나는 잠시 노를 젓지 않는다. | 최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