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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 Dec 18. 2021

이번 주 금요일 브런치 어때요?

브런치 작가 | What’s next?


Monday Tuesday WTF Saturday Sunday

내게 F는 때에 따라 Fuck이 되기도 Frustrated가 되기도 Fun이 되기도 한다. 금요일 퇴근길에 좋아하는 드라마 보는 것만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또 없는데 며칠 전 받은 브런치 작가 합격 이메일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오늘은 넷플릭스를 잠시 접어두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까지 논술 학원에 다녔다. 엄마는 엄마 딸의 포텐셜을 높게 샀는지 발레, 피아노, 태권도, 미술, 서예, 수영 등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내게 투자했고, 그중 유일하게 흥미로웠던 논술 학원만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책을 멀리하고 지내는데, 어렸을 땐 꽤 주기적으로 책을 읽곤 했다. 백일장 시즌에는 글을 수도 없이 써내며 준비를 했고, 참가만 하면 열에 아홉은 수상을 해오니 이거 뭐 흥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나는 시 부문이 주전공인데, 살면서 단 한 번도 시인을 꿈꾼 적은 없었다. 창작은 돈벌이가 아닌 취미로 남아야 내가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A라는 내용을 길고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산문에 비해 짧지만 화려하게 풀어나가는 시가 좋았다. 한 문장 한 문장 몇 시간씩 공들여 고치고 또 고쳐나가는 시가 좋았다. 아직도 나는 시를 쓰는 것이 너무 좋은데, 그 마음에 비해 시를 써야겠단 생각이 너무 드물게 찾아온다.


열아홉이란 나이에 막연히 싱가폴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곳에 가서 대학교와 메이저를 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혼자 호기롭게 리스트업 한 대학교들을 한 곳 한 곳 방문하고, 담당자와 미팅을 했다. 하지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부담이 되던 와중에 Curtin Uni에서 Foundation을  밟으며 전공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원래는 취업을 고려해 마케팅을 전공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졌던 터라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전과를 위해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게 됐다. Nottingham Trent Uni에서 Fashion Marketing & Branding을 공부하며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마케팅 전략체계에 패션을 얹으며 재미를 느꼈다. 물론 그 당시 밤새고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Fuck이 난무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 4년 동안 작문과 감각을 필요로 하는 브랜드 북을 열 권 넘게 만들었고, 매거진, 브로슈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열심히 끄적이고 리뷰하고 또 끄적였다.


대학교 막 학년 내내 나를 괴롭혔던 코비드는 대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 1년 차가 될 때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다. 사실 요즘은 딱히 괴로운 건 모르겠다. 그토록 원했던 해외 취업을 포기하고 난 순간 어째서인지 마음은 가벼워졌다. 뷰티 브랜드에서 인턴십 6개월, 그리고 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신입 6개월 차인 나는 두 직장 모두 컨텐츠 마케터라는 동일한 직무로 일을 해오고 있지만 실무는 많이 다르다. 현재 몸담고 있는 후자의 경우 스타트업이다 보니 입사 초반에는 업무가 조금 번잡했다면 지금은 R&R 정리가 된 상태이다. PR, 전시회 자료, 뉴스레터, 그리고 대내외 콘텐츠 담당을 맡고 있는 나는 하루가 글로 시작해서 글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장점은 나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 되는, 가장 이상적인 회사와 직원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영어 작문이 확실히 늘고 있다.


초중고에 이어 대학교, 그리고 직장에서 까지 내 삶에 빼놓을 수 없는 글 쓰기. 주변에서 “너는 왜 브런치 안 해?”라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진지하게 고려해보지 않았다. 최근 업무적으로 브런치 글을 자주 읽게 되면서 전문성이 그득하면서도 내 스타일 필력을 가진 브런치 작가들, 그 사이에 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합격 이메일을 받고 나서 카톡 내게 쓰기에 보내 놓은 답변들을 다시 읽어봤다. 아직 어떤 주제로 세분화시킬지 정하지 못했지만 얼른 브런치와 친해지고, 내 마음에 드는 작가님들 찾아 구독해 그들의 견해를 알고 싶다. 누군가가 말하길 모든 읽음은 쓰기를 위함이라고 책도 마구마구 읽고 글도 마구마구 써내려 가고 싶다.


24년 인생 처음 하는 자취도 교보문고와 가까운 곳으로 찾고 있는 나. 브런치와 함께할 2022년엔 Every Friday가 Fun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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