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이 되니 어느덧 부모님이 은퇴하실 나이가 되셨다. 지난 삼십여 년 동안 두 분 모두 공무원 생활을 하시며 오빠와 내가 먹고 싶다는 것, 갖고 싶다는 것, 하고 싶다는 것 다 해주려 노력하셨다.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란 우리는 어느새 이십 대의 끝과 중반 즈음에서 각자의 살 길을 찾아가고 있다.
일교차가 큰 요즘, 날은 점점 풀리는데 어째서인지 어릴 적 크리스마스이브 날이 생각이 났다. 아버지 손 잡고 장난감 가게에 가서 장난감 구경을 하고 왔는데, 다음 날 갖고 싶던 장난감이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게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기뻤다. 어른이 된 지금도 사실은 작은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소소한 행복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
어머니는 일을 그만두시고 그동안 하고 싶어 하셨던 그림을 배우러 다니신다. 여주를 벗어나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주말에 종종 부모님을 뵈러 여주에 가긴 하지만, 그 횟수가 잦지 않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판교에서 그림 수업을 들으시는 어머니와 영어 공부를 하시는 아버지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어가는 목요일 가족 모임. 어제도 여느 때와 같이 퇴근하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왔다. 목요일은 별 감흥 없는 평일 중 나를 설레게 해주는 요일이 되었다.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서로 공유하며, 이제 막 헬스를 시작한 부모님을 응원하는 시간, 내게 놓인 상황에 내 생각은 이러한데, 부모님의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 등 고심해서 고른 식당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목요일마다 딸을 봐서 행복하다고 하셨다.
집에 가져가 먹으라고 이것저것 챙겨 오시는 부모님 덕에 목요일 귀가 길엔 늘 양손 가득 무언가가 들려있다. 목요일 밤이면 우리 가족이 함께 보낸 옛 시절이 머릿속을 스친다. 일을 그만두신 부모님이 어떠한 감정 변화를 겪고 계시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다만 힘든 과정이 아니길 바란다. 가족이란 게 서로의 행복만을 바라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언제든 기댈 수 있고 언제든 나를 반겨주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따뜻한 그런 게 가족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