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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맘 찐약사 Dec 19. 2021

어색했던 모유와의 첫 만남

2020년 8월 11일, 장마가 끝남과 동시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보물 유준이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2박 3일간의 유도분만 시도 후 수술로 인해 힘이 다 빠졌던 나는 정신이 들었다가, 잠들었다가를 반복했었고 "토리야, 토리야 안녕." 이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당시 토리는 유준이의 태명이다.)



병원에서 아기를 안아볼 수 있는 시간은 모유수유 시간뿐이었다. 산모들은 3시간 간격으로 수유 콜을 받고 모유수유실로 향하게 되는데, 처음에 나는 모유수유 따윈 관심도 없었고 그저 유준이를 안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수술 당일에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면회를 가지 못했었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쭈니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출산 과정도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출산 후에도 당황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기 면회를 가기 전, 입원실 복도에서 만난 간호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산모님, 유축기 깔때기랑 모유 저장팩은 준비하셨어요?"


"아니요.."


여기서 1차 당황.



"마사지는 예약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배가 아파서 마사지는 못 받을 거 같은데요?"


"아~ 전신 마사지 말고, 가슴 마사지요~ 모유수유하셔야지요!"


"모유수유하는데 마사지가 필요한가요?"


여기서 2차 당황.



난 정말 무지한 엄마였다. '나만 이렇게 모르고 매사에 당황하는 건가?' 생각을 했다.



출산 전에는 정말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모유수유가 이렇게 힘든 과정인 줄도 몰랐다. 아기를 출산하면 내 몸에서 호르몬이 돌고, 젖은 당연히 나오는 것이고, 그 젖을 아기가 '앙'하고 물고 '쪽쪽' 잘 빨아주면 끝~!인 줄 알았다.


'모유는 그냥 젖 물리면 나오는 거 아닌가? 마사지는 뭘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굴욕적인(?) 마사지 후, 병원에서 알려주는 대로 유축을 시도했다.

출산 전, 유축기의 존재를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병원에서부터 당장 사용할 줄은 몰랐다.



출산했던 병원에서 대여해줬던 유축기와 유축기 사용시 필요한 소모품, 유축기 깔때기



급하게 1층 약국에서 유축기 깔때기와 모유 저장팩을 구입하고, 병원에서 빌려주는 유축기를 이용해서 간호사가 알려준 대로 유축을 시도했다.(나처럼 출산 후에 병원 밑 약국에서 모유 저장팩과 유축기 깔때기를 구입해도 되지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준비 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유축을 시작한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유가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가 처음엔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긴 했지만 정말 나오지 않을 줄이야.. 강한 압력으로 모유가 나오지 않는 가슴을 쥐어짜다 보니 아프기만 했다.


순간 '나는 모유수유를 할 수 없는 몸인가? 출산도 내 맘대로 안되더니, 모유수유 마저 나를 힘들게 하다니'라는 생각이 들며 수술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마저 처량하게 느껴지고 슬펐다.






유축을 통해 점점 늘어갔던 나의 노란 초유들. 인체의 신비.



한쪽 당 15분씩, 양쪽이라 합이 30분간 유축기를 손에 들고 손목에 힘을 줘 유축을 하다 보니 어느새 손목이 시큰거렸다. 이 과정을 3시간 간격으로 수유 후 병실로 돌아와 항상 반복해 주어야 하고, 새벽에도 호르몬이 잘 돌게 하기 위해서 새벽 3시경에는 무조건 일어나 유축을 해야 한다.



이 과정들을 회복되지 않는 몸으로 하는 게 무척 힘들었지만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로웠고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해간다는 느낌으로 헤쳐나갔던 것 같다. 모든 게 새로웠고 도전이었다.



그렇게 나는 모유수유의 세계로 첫 발을 내디뎠다.



ps. 사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 아기를 맞이 할 순 없다. 놓친 것이 있으면 나처럼 당황하며 그때그때 준비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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