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실, 가슴 마사지 이야기
모유수유실에서 기다리던 첫 전화가 왔다. 단순 면회가 아니라 직접 모유수유를 해야 했기 때문에 드디어 우리 쭈니를 안아볼 수 있었다. 너무 설렜다. 부푼 마음으로 모유수유실에 입장했다.
모든 게 새로운 첫 경험이다 보니 출산은 당황할 일 투성이다. 도착한 수유실에는 몇 명의 산모들이 자리를 채우고 앉아있었는데, 모두 가슴을 드러내 놓고 앉아있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공중목욕탕에서의 목욕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이 상황이 아주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아기들은 앙앙 울고 있고 엄마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눈은 동공 지진, 심장은 두근두근하며 당황했지만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앉아서 수유 준비를 했다. 마치 모유수유를 며칠 해본 엄마처럼.
"토리 어머니~"
잠깐 기다리고 나니 작고 귀한 우리 쭈니가 안겨 나왔다. 너무 이뻤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았다.
처음 수유실에 왔다고 하니 간호사가 간단하게 아기 안는 법과 모유수유하는 방법, 그리고 모유수유하는 자세를 알려주었다. 사실 그 설명들이 귀로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난생처음 안아보는 작은 아기 때문에 불안 불안하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윗옷을 탈의한 것이 너무 부끄러워 서였다. 최대한 태연한 척해보려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수유실에서의 부끄러움은 저만치 사라졌다.
모유수유는 성공하지 못했다. 쭈니뿐만 아니라 모유수유실 모든 아기들은 세상에 나온 지 정말 며칠 안된 신생아라 거의 잠만 잤고, 수유실에서도 마찬가지 었다. 그리고 깨어있다 하더라도 물거나 빠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고 빠는 힘이 부족해 젖을 잘 물지 못했다. 그래서 대부분 분유로 보충을 했다.(병원 수유실에서의 아기들 중에서 직수를 100%하고 있는 아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들 우왕좌왕 같은 상황이다.)
그래도 나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우리 쭈니는 시간이 지나면 엄마 젖을 잘 물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힘든 일이 생기면 긍정적으로 그리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여기까지는 모유수유가 힘든 과정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몇 번의 모유수유를 시도했을 무렵, 예약을 잡아뒀던 마사지실에 방문하게 되었다. 모유수유는 계속하러 갔으나 모유는 거의 나오지 않던 상황이라 유관을 뚫어주는 마사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다시 부끄러움이 솟아올랐다.
유관을 뚫는 마사지라니... 말이 좋아 마사지이지 유두를 쥐어짜더라... 더 이상 자세한 묘사는 하지 않겠다. 너무 아팠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병원에 소속되어 있었던 마사지사는 모유수유 전문가가 아니었단다. 그래서 그렇게 아팠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글을 읽어보는 예비맘들은 출산 전에 한번쯤은 꼭 모유수유실을 방문해 보길 바란다.
출산 전부터 모유수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더라면 병원 밖에 있는 모유수유 전문가에게 유관을 뚫는 마사지를 받았을 텐데, 그 당시엔 모유수유 전문가가 있는지도 몰랐을뿐더러 입원한 상태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병원 내의 마사지사에게 내 가슴을 맡겼었다.
말 그대로 가슴을 쥐어짜는 아픔과 부끄러움이 혼재되어서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움반, 아픔반.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모든 게 그렇듯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는 것이다. 수유실에서 당당하게 가슴을 드러내고 수유를 하게 됨은 물론이고 모유량이 줄었을 때나 젖몸살이 왔을 때는 당연하게 가슴 마사지를 찾게 되었다.
같은 여자라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모유수유할 때는 자연스럽게 윗옷을 훌렁훌렁 벗게 되는 내가 되었다. 나도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ps. 출산 전 모유수유를 꼭 한 번이라도 공부하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그렇게 하면 모유수유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모유수유를 하게 되며, 좀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으니까요! 아는 만큼 보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