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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OOO뱅크 상담사입니다.

김 차장의 퇴사 그 후 삶에 대해 13편

안녕하십니까, OOO뱅크 상담사 XXX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기획 부동산일을 정리? 하게 된 후 길지 않았던 얼마 간의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그 쪽일을 하면서 얻게 된 것들, 그곳을 통해 직접적으로 얻은 내용 못지않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시장에서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기존 취업포털이나 헤드헌팅 업체에 그럴싸한? 이력서나 경력기술서가 아닌,

아르바이트 구직 앱을 통해서 간단한 이력서를 업로드 하기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이제 좀 현실이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요?.


"성실하고 시간 약속 잘 지키는 가장입니다."

"신체 건강하고 힘 잘 쓰는 센스 있는 남성입니다."


저를 표현하는 이력서의 카피 문구였습니다.


과거 "마케팅 전문가, 경영전략 전문가, 미디어/유통/컨설팅 산업 경력"과 같은 친 사무적 성향의 내용이

아닌, 육체적으로 잘할 수 있다. 시간 엄수와 새롭게 지시받는 일을 어리바리하지 않게 잘 해낼 수 있다

뭐 그런 내용으로 저를 포장하고 시장에서 어필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군데서 연락이 왔습니다.


O성생명 법인영업부.

뭐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 관리라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을 기업 임원들이 만나줄리 만무하고

그냥 법인 대상 보험영업이겠거니 하고 패스.


OO 자산관리 회사.

고객들에게 부동산을 통해 재산증식의 기회를 주는 컨설턴트라고 하는데,, 역시 '기획'의 냄새가 아주

강하게 나서 패스.


OOO뱅크 콜센터.

5일 교육 후 입사 가능. 

그래 뭐 은행이고 콜 업무라는데, 사람 상대할 일 없고 비대면이니 한번 해보자..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OK를 했고, 교육 일정이 바로 잡혔습니다.


교육은 영등포시장에 위치한 센터에서 진행을 했는데,


퇴사 후 근 10여 개월 만의 큰 사옥의 방문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하는 일은 전혀 별개의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지만요)


교육은 5일에 걸쳐서,

 - 기본적인 고객응대 매뉴얼 숙지

 - 카드, 예/적금에 관한 상품에 대한 내용

 - 클레임, 혹은 비 정상적 상황 발생 시 대응에 관한 내용

이 정도가 주를 이루었으며,


관련한 모니터와 전산화면을 슬라이드로 설명을 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뭐 교육의 내용으로 이 일을 숙지한다는 것은 나중에 투입이 된 다음에 알았지만

불가능한 일이고, 실제 콜을 받아 보고 슈퍼바이저(팀장, 부팀장)분들의 지침에 따라

해 봐야지 업무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여하튼 일 5만 원의 교육비 지원의 5일 교육이 마무리가 되었고,

다른 동기생들은 홍대센터로 저를 포함한 6명의 동기생들은 교육을 받은 영등포센터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처음 콜센터를 들어갔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쾌적한 환경이다.

17년 전 CJ홈쇼핑 콜센터의 품질관리와 VOC를 활용한 마케팅 대응 방안 수립을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했을 시와 달리, 사무공간이 아주 쾌적하게 느껴졌었습니다.


남성 분들의 의외로 많았다.

저도 남자였지만, 같이 배치받은 6명 중 절반이 남성에 상담석에 앉아 있는 현직 상담사 분들 역시

남자 비중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였습니다.


정상적? 인 사람들이었다.

이 역시 제가 잘못된 직업 고정관념을 지닌 것 중 하나인데, 상담사 분들은 목소리는 좋은데

뭔가 몸이 비만하다던가, 머리색이 튄다던가, 피어싱 문신 등. 정상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주변에서 흔희 볼 수 있는 누나, 동생 같은 사람들이 다수였습니다.


역시 흡연자들이 많았다.

요즘 큰 사옥들은 대부분 금연빌딩이나 콜센터가 있는 곳은 아직도 건물 중간층 구역에 흡연실을

만들어 놓는다는 오래된 관습이 이곳에서도 지켜지고 있었다는 점 역시 의외였습니다.

전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아서일까요.. 흡연하시는 분들의 비중이 높더군요. 


일단 처음 배치받았을 때 느낌은 이 정도였고,

제가 소속된 부서의 팀장님은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 분으로 콜 업무 경력 3년에 팀장이 되셨다고 하더군요.

지나고 보니 이 쪽에서 한 콜센터에서 3년이면 엄청난 경력이란 걸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 팀장님을 통해서 기본적인 내용을 다시 교육을 받고,

'동석'이라는 OJT를 이틀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동석이라는 것은 기존 베테랑 상담사 옆 자리에 제 헤드셋을 같이 장착하여 실제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듣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통해 고객들이 주로 원하는 것, 그리고 노련한 노장들이 어떻게 응대하는지 간접적인 체험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역동석'이라고 해서 제가 실제 콜을 하루에 10 콜 정도 받고, 그 콜을 받을 때 베테랑 상담사가

제 자리에서 헤드셋을 끼고 저희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OJT를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첫 주는 교육을 통해 시간을 할애하는 기회를 주더군요.


OOO뱅크 생각보다 매뉴얼이 잘 갖춰졌고,

KM(Knowledge Management: 지식경영)이 정말 잘 갖춰진 곳이라 놀라웠습니다.


지식경영과 집단지성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산업계가 콜센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니까요..



"이제 다음 주부터 한 주에 20 콜씩 혼자 받으셔야 합니다."


팀장님의 지시와 당부?를 뒤로 한채 콜센터의 첫 주가 지나갔습니다.


다음 주부터 저는 진상? 이란 이런 사람들이구나를 경험하게 되게 되는데요...



(다음 편에 계속)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은 진행형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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