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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광? 황계선 씨.

일터에서 마난 사람 이야기 2편



넥타이(실제 넥타이를 맨 기간은 짧긴 하지만)를 메고 책상에 앉아 펜과 PC로 일을 했던 일을 17년 넘게 한 뒤 원치 않는 '퇴사'로 생존의 일터로 본의 아니게 나온 저.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하루 벌이를 해 오다. 그래도 자주 했던 일인 대형 백화점 주차장에서 

일을 한 지 1년 정도 벌써 되어 가는군요,


그 일 터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 사람들을 보며, 내 관점에서 느낀 점. 배운 점. 기타 등등의 이야기.. 


먹고 사니즘의 치열한 상황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내 생각의 틀, 고정관념을 깨준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아 어제, 맨유 웬일로 잘하는 거냐,,,"

"이럴 줄 알았으면 맨유에 들어가는데,,,"





주말이 지난 아침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 자주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경험이 있거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포츠 OO' 이야기인데요,

처음 해당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었을 땐,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하나 보구나,,

유럽 축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구나,,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들 특히 곧 50을 바라보는 황계선 씨(가명)에게는 스포츠 베팅이 유일한 희망이자,

그를 이 '지하 감옥(탈의실이 지하 깊은 곳에 있어 이런 식으로 표현하곤 합니다)'에서 구원해 줄 

'키(Key)'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200 따리.

(월 200 조금 넘는 수준의 실 수령액을 비하하는 말로) 이 정도 돈 벌이론, 

그가 감내해야 할 그리고 아끼고 모아서 뭔가 차근차근히 나아가기엔 

그동안의 행동과 앞으로 남은 그의 젊음?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요,, 



감히, '한심하다'이런 평가 아닌 평가를 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 같고, 

일정 부분, 어느 포인트에서 그런 심정을 가지고 하는 행위인지 공감이 되는 부분도 

오히려 조금은 있는 듯합니다.



그의 나이가 30만 되었어도,, 

누군가 그에게 다른 충고나 조언을 해 주었겠지만 말이죠,,

(서른과 쉰을 바라보는 나이의 격차와 무게감의 차이를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 역시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터라, 

가끔 베팅과 상관없이 최근 팀 동향과 주목할 만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때가 있는데요,, 


베팅이 목적인 분들은 '이기는 편 우리 편, 아니 정확히는 내가 베팅한 편 우리 편'이란 생각이 강해

순수한? 스포츠 관람 목적의 대화는 지속되긴 어렵더군요,,





어느 날 이야기를 하던 중 

스포츠 베팅과 주식을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된 때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주식 보단 스포츠 베팅이 더 낫다'


황계선 씨의 주장입니다. 




근거로 그는,


주식으로 재미?를 본 경험이 없고, 

주식의 경우 비대칭 정보(물론 그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로 이해했습니다)로 인해 개인과 시장 간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 룰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적어도, 스포츠 베팅의 경우에는

모든 정보다 다 공개가 되어있고, 당일 선수들의 기량에 따라 승패가 나누어지는

즉 통제 불가 변수가 적은 순수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스포츠 베팅하듯, 주식 종목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만 되었어도, 

잠깐의 관심만 있었다고 하면

그가 주식으로 재미를?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저 역시 스스로 돌아보게 되더군요,


'선 매수 후 오르길 기도하는' 


도박과 같은 주식 매수, 매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신규 영입 선수는 알고 작년도 순위와 올해 예상 순위

올 한 해 전망 등에 대해서는 빠삭히 알고 있지만,


내가 매수한 혹은 매수하고자 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그렇게 줄줄 읊을 수 있을까? 란 생각들..




황계선 씨는 스포츠 베팅에서 베팅을

난 코스피와 나스닥에서 베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베팅 말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

주식은 도박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말겠다는 다짐. 

'200 따리'이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공부하고 소중하게 돈을 다뤄야겠다는 스스로의 결심. 



황계선 씨를 통해 투영된 생각의 정리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터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스물다섯, 가장 역할을 하는 최동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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