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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Dec 14. 2021

Okay, Enjoy

영화|이터널 선샤인 (2004)


17분의 에필로그


우리는 거진 힘든 기억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이터널 선샤인이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체적으로 낮은 색감의 영화에서 유독 통통 튀는 인물이 바로 클레멘타인이다. 그런 클레멘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은 조엘이다. 과연 조엘은 정말 클레멘타인을 사랑한 것일까?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 어떻게 자신의 기억을 지울 수 있냐고 말하는 조엘이지만, 클레멘타인은 상처받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끓어내다가 결국 홧김에 기억을 지우게 된다.



기억을 지운다는 것에 대한 역설


누구나 한 치의 티없는 맑고 순수한 자유로운 상태를 꿈꾸지만, 그것은 정말 가능한 일일까?


확실한 건 둘은 사랑을 했고, 권태를 이기지 못해 기억을 지움으로써 헤어지게 되지만 다시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먼저 밟아온 인물들이 존재하는데, 메리와 하워드 박사다. 과거의 사랑을 하워드 부인이 알게 되자, 모든 것을 잊고 싶다며 또다시 기억을 지우는 메리다. 다시 사랑에 빠져 이전의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의 그 씁쓸함과 안타까움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쳇바퀴 돌듯이 되풀이된다. 이 과정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메리는 기억 테이프를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도 떠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마지막 약속이라도 하듯, 뱉는다.



Okay.

과연 둘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다시 만나는 게 맞을까?



“망각한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 니체

망각을 해도, 즉 기억을 지워도 다시 사랑에 빠지는 상황이 닥치는데 메리나 조엘, 클레멘타인은 전부 과거를 지웠다고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끌림 때문에 또 사랑을 선택한다.



Enjoy.

영화 후반부에 조엘은 기억을 삭제한다고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삭제하니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기억을 지우는 도중 이제 모든 기억이 삭제된다며 어떻게 하냐고 급히 묻는 클레멘타인에게 조엘이 대답한다. 즐기자, 그냥 음미하자.


살다 보면 삶이 녹록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랑도, 우정도, 관계도, 꿈도, 미래도.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런 고난이 왜 나에게 찾아왔고 이런 일은 도대체 왜 나에게만 닥치는지 억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뿐 만이 아니다. 분명 슬프고 힘든데 왜 티 내지 않고 덤덤한 척을 해야 하는 것이냐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낙담하기 일쑤다. 그럴 때 마주한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아프더라도 즐겼더라면, 지금의 우리가 더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내면의 더 깊은 아픔을, 마주한 모든 현실을 무던하게 수용할 줄 아는 태도.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티끌 하나 없는 영원한 햇살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비나 눈, 태풍이나 장마, 폭염이나 한파 및 폭설 등 여러 날씨를 맞이하지 항상 햇볕이 드는 따스한 날 속에서 살 수 없으니 말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날이 올지라도, 그런 순간들에서 행복할지 불행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의 어떠한 기억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선택이니까.



Spotless는 불가능하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드라마|미국

감독|미셸 공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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