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한,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받은 게 상처인 줄 뒤늦게 깨달았을 때, 그녀는 그러고도 한참 뒤에야 자기가 한 짓이 잘못인 줄 알았다.
어쩌면 인정하기 부끄러워 외면하고 싶었을 과오는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흐려질 줄 알았지만, 내가 커갈수록 오히려 진해지기만 했다.
몇 년 전 어느 날엔 악에 받친 내가 설움을 쏟아냈고, 반대로 세월에 악이 다 빠져버린 그녀는 듣기에 다소 허탈한 사과를 했다.
“미안해, 그땐 나도 그게 처음이었어. 잘해보려는 욕심에 그랬어.”
어떤 것들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난 어떻게 기억을 못 할 수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니, 혹시나 내가 기억을 지어낸 건 아닐까? 그래. 난 그때 어렸잖아.'
언젠가 사과를 받으면 용서할 수 있을 거고 그럼 이 모든 게 끝일 거라 여겼지만 나는 여전히 뭔가가 미웠다.
분에 못 이겨 많은 것을 어린 내게 쏟아내던 과거의 그녀는 이제 없는데 그럼 나는 지금 무엇을 미워하고 있는 거지.
이젠 실체도 없는 지난 기억인 걸까.
오래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다음 진도를 못 나간 채 그렇게 한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