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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선생 Jun 16. 2023

자유를 주었더니 학교폭력으로 돌아왔다

작은 사회 연구기술서: 학교폭력 A to Z

학교폭력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내가, 교사 자격이 있는가라는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교사가 된 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워가고 있던 신출내기였을 때다. 당시에도 고학년은 힘들다는 건 정설이나 마찬가지여서, “젊은 남자 선생님이 고학년을 맡아 줘야지!”라는 교감 선생님의 지정(?)으로 5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고학년은 체력적으로 힘들 순 있어도 정서적으로는 오히려 교류가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에게 수업 외적으로 많은 부분의 자유를 주기로 했다. 성장에 있어 자유는 필요조건이라 생각했기에 넓은 자유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야 선택의 폭을 넓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는 지시보다는 알아서 잘하도록 자율적인 반을 만들어보는 것이 학급 비전이었다. 한 학부모는 학습 준비물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필요한 것’이라고 작성한 가정통신문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말했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계획은 처절히 실패했다. 주요 원인은 A라는 학생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더 엄밀히 말하면 A를 그렇게 되도록 만든 담임이었던 나로 인해서다. 자유로운 공동체는 이끄는 리더의 역량이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있음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내가 준 자유는 A가 마음껏 폭력적 언행을 일삼을 수 있는 방임이 되고 말았다.


A는 자기 마음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화를 참지 못하는 아이였고, 주변의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화를 푸는 행동을 하였다. 처음 시작은 지나가던 저학년 아이에게 뭉친 종이뭉치를 던진 일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시점이어서 가볍게 지도하고 넘어갔는데, 이 일은 선을 넘는 첫 사건이 되었다. A의 기준선이 그렇게 맞춰졌다.


선은 조금씩, 그리고 갑작스럽게 변화해 갔고 A의 폭행과 괴롭힘은 진화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가방에 우유팩을 터뜨리고 다른 아이 얼굴에 침을 뱉고, 친구의 뺨을 때리고 목을 졸랐다. 그럼에도 A는 나를 비난했다. 이 모든 것은 차별하는 선생님 때문이다라는 결론의 귀결. 피해 학부모들과 상호 만남, 계속된 교육에도 불구하고 A를 말릴 수는 없었다. A는 다른 아이들로 하여금 ‘피해야 하는 아이’로 낙인찍혔고 아이들은 슬금슬금 A를 피했다. 순식간에 왕따가 되었지만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서워서 A랑 놀기 싫어요...”라고 말하는데, 친구끼리 품어주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결국 A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고 힘들었던 1년은 그렇게 찝찝함을 남긴 채 끝이 났다.


A가 떠난 후, 우리 반은 놀랍게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변 사람들은 A를 탓했지만, 그 당시 나는 사직을 고민했다. A의 폭력성을 처음 눈치챘을 때 바로잡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그 후로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고 나로 인해 A를 내가 망친 거라는 자괴감과 울화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것이라는 걸 수없이 상상한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래서 나는 학교폭력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A 같은 학생도, 피해 학생도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후로 다양한 학교폭력 상황을 맞닥뜨렸다. 세 명이 놀다가 갑자기 두 명이 외면한다고 울며 찾아왔던 아이도 있었고, 단짝이었다가 갑자기 싸워서 부모 싸움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대체로 사건이 빨리 해결된 경우가 많았는데, 교사인 내가 상황을 제대로 알고 대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폭력 매뉴얼을 기반 삼아 내가 가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교폭력을 양쪽 불만 없이 해결해 왔다. 


학교폭력에 대한 여러 경험과 생각, 대처방법을 주변 교사들과 나누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가해학부모, 피해학부모, 학생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더 이상 나처럼 학폭과 관련된 사안들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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