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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Aug 21. 2022

명품가방에 관심 없는 여자

그녀가 명품백에 관심 없는 이유는?

*참고로 이 글은 명품 구매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글은 아니다.



원래도 명품에 대한 욕망과 수요는 높았지만, 코로나가 트리거가 되어 현재 내 주변에 명품 액세서리, 지갑이든, 가방이든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나는 그런 명품 구매 유행에도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나도 취준생 때는 '나도 취업한 후에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한 선물로 명품백 하나 사야지! 나는 디올 레이디백 사고 싶어!'라며 주변 친구들에게 열심히 이야기하고 다녔다.


과거에는 명품가방, 명품 지갑 하면 정말 부자들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스타그램의 영향인지 명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며 함부로 쳐다볼 수도 없다고 생각했던 명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며 자연스럽게 구매 연령이 낮아졌다.


이젠 지인의 인스타에서도 명품백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쟤도 샀는데 내가 왜 못 사. 나도 살 거야.'라는 나도 모르는 이상한 자존심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명품백을 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곤 했었다.


명품이 우리 사회에서 흔해진 게 몇 년 안됐으니까,, 짧은 순간이지만 취준생이었던 4학년 때가 명품에 대한 열망이 가장 컸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운 좋게 대학 졸업 전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월급을 열심히 모아서 디올 레이디백 구매한 다음에 그때부터 돈 모아야지!'라는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 회사 근처에서 부업으로 일본어 과외를 같이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안에서 과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명품백 구매에 관심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소위 '그사세'의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접하며 '이런 사람들이 진짜 명품을 사는 사람들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과외를 했던 가정은 다자녀 모두가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해외 나갈 때마다 퍼스트 클래스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탑승하며 모든 백화점의 VIP인 진짜 부잣집이었다.


'돈 모아서 디올백 사고 싶다.'는 것이 꿈이었던 당시의 내가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계속 가지고 싶어 하던 디올백이 15살이었던 학생의 책가방이었다는 것이다. (디올 레이디백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지고 싶던 디올 가방이었다.)


이 가방에 교과서 들고 다녔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그 학생이 디올백에 교과서등의 책을 담고 다니고 그 가방을 거실에 내팽개치는 걸 보며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한테는 꿈의 가방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에코백이구나.


이거 말고도 그 친구들에겐 컨버스 디자인의 기본적인 운동화도 디올 컨버스였고 샤넬, 루이비통 지갑은 집안 곳곳에 널려있었다. (진짜 가져가도 모를 정도로 내팽겨 쳐져있었다.)


나는 겨우 나이키, 아디다스도 최근에 좀 편하게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들한테는 디올, 루이비통과 같은 하이 브랜드가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느낌이었다.



이 가방도 침대 밑에서 먼지와 함께 발견되었다.



그 외에도 나를 일깨워준 사건들이 많지만.. 어쨌든 이 집안에서 2년간 과외를 하면서 겸허해졌고 자연스럽게 물욕이 사라졌다. 정말 이 부잣집에서 과외한 덕분에 제대로 정신 차릴 수 있게 되어, 이 가족들과 만난 걸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인스타에 명품백, 명품 지갑 인증샷 올리는 친구들을 마냥 부러워하며, 나도 빨리 하나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않으면서 무리해서 명품을 구매하지 않았을까?


 무리해서 할부로 구매해놓고 인스타에 '나를 위한 선물' 이러면서 여유로운 척 인증샷을 남기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겐 맘먹고 구매해야 하는 물건이, 누군가는 그냥 슈퍼마켓, 쇼핑몰에 쇼핑 가는 것처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난 뒤, 나는 명품 구매와 소유에 대한 욕심이 사라졌다.


내 현실 파악, 주제 파악을 한 것이다.


그리고 다짐하였다. 내가 앞으로 그런 값비싼 물건들을 구매한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은 내가 지갑 사정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성공했을 때라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 정도의 경제력은 아니다 싶으면 나는 명품을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다(무리해서 구매할 예정 없다는 뜻).


예쁜 거라면 명품이든 뭐든 가격 상관없이, 가격표 안보고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지기 위해서 오늘도 미래를 설계하고 고민한다. <명품가방에 관심 없는 여자>라는 제목을 정했지만, 사실 가장 욕심 많은 30세 여성일 수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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