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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Aug 07. 2022

내 인생은 일본 여행 전과 후로 나뉜다

일본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한국인으로서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어렵다. 심지어 나는 역사를 좋아하고 문화재를 사랑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내가 일본에 간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왜?


그 왜? 에 대한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인데, 일본에 가야겠다고 확실을 갖게 되었던 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렇게 왜 내가 일본에 오게 되었고, 많은 나라 중에 일본을 선택했는지, 일본에서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또다시 일본으로 온 이유에 대해서도 다른 글에서 서서히 풀어보겠다.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여행"이 계기였다. 고작 여행이 계기로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 유학을 떠난 이유라고? 고작 그걸로 일본에서 대학까지 졸업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광고 기획자로 일하게 되었다고?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


정답이다. 재수 후에 떠난 일본 오사카 여행, 그 1년 6개월 후 나는 도쿄에 있는 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 흔하디 흔한 오사카 여행을 계기로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대체 약 일주일간의 일본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느꼈던 것일까?




당시 20살인 나는 재수생이었다. 수능 끝난 후 가장 하고 싶었고 가고 싶었던 일본 여행을 아는 엑소 팬 언니와 함께 떠났다. 오사카 + 교토를 도는 간사이 여행이었는데, 당시 일본어도 못했으면서 뭘 믿고 언니한테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언니랑 나는 일본으로 떠났고 먼저 교토에 도착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문화재를 매우 좋아한다. 고3 때 대학 입시 후 논술을 망쳤을 때도, 논술 시험 끝나자마자 경복궁으로 달려가서 그 추운 날씨에 경회루를 바라보며 마음을 위로했을 정도로 나는 문화재 덕후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런 문화재 덕후에게 교토는 도시 전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서울에서 살았을 땐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을 직접 "찾아갔어야" 했는데, 교토는 도시 자체가 문화재였기 때문에 따로 어디를 가지 않아도 바로 옆에 문화재들이 존재했다.




1년 간 힘들었던 재수 생활이 문화재의 도시 교토에 있음으로 깨끗하게 씻겨 내려갔고, 교토 거리를 걸으며 나는 표현할 수 없는 울컥함을 느꼈다. 그 감정의 절정은 바로 기요미즈데라(청수사)에 방문하여 교토의 야경을 바라봤을 때 터져버렸다.



저 건물에서 야경을 바라봤을 때 그 감동 잊지 못한다.




서늘한 가을바람과 라이트업에 더 빛나는 단풍잎,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교토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무언가에 쫓겨서 항상 불안했던 내 10대와 재수 시절이 위로받는 기분을 받았다. 수고했다고, 마치 도시 전체가 나를 토닥이며 감싸 안는다는 기분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같이 여행 간 언니한테 무심결에 말했던 것 같다.


언니, 나 교토 살아야겠어.
짧은 인생이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위로받을 수 있는 장소에서
한 번이라도 살고 싶어.
나 진짜 인생 살면서 교토 한번 꼭 살아본다.


그때 언니는 얘가 뭐라는 거야 하면서 웃어넘겼고 저렇게 진지하게 말했던 나도 그 당시에는 그게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학은 돈이 있어야지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2016년 나는 교토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였고 약 3년간 교토에 거주하며 나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었다.




나는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이라 그런지 여행이 주는 힘을 믿고 있다. 최근에는 "여행 = 인스타 인증샷"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행은 소비다'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젊은 시절의 여행은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 안에서 충분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수능 끝나고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교토에 살고 싶다, 일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랬다면 일본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교토에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본에 온 건 아니다. 이것이 '살고 싶다'라는 로망을 가지게 된 계기는 맞지만 내가 일본에 가도 되겠다고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 교토 여행 후 이동한 오사카 여행에서 또 다른 "어떤 사건"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게시물에서 진행하려고 한다. 기대해주시길 바라며 오늘 글은 여기서 끝맺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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