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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주 Jan 16. 2022

미드소마, 식물의 침범성

북유럽 신화와 나무의 소통 방식에서 출발한 미드소마 독해









*내용 전반에 다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1월 팬딩 수업(https://m.blog.naver.com/cjswodlswn/222572408112​)에서 소개한 습작.

그림 속 인물은 교재인 미드소마의 주인공 ‘대니’이다.


1월 이미지 착상 강의에서는 [미드소마]를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북유럽 신화와 더불어,

산림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의 나무뿌리 소통 이론을 참조해 독해한 후, 해당 습작의 진행과정, 그리고 수강생 분들의 간단한 착상과 크로키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영화의 줄거리





작중 대니는 가족들이 모두 사망하고 혼자 남겨지는 고통을 겪게 되는데, 유일하게 남은 의지처인 연인 크리스티안은 의지처를 상실하고 자신에게 기대려 하는 대니를 질려하고 홀대한다.


그런 크리스티안은 고통 속에 있는 대니 몰래 친구들과 스웨덴 여행까지 기획하고 있는데,

그를 알게 된 대니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스웨덴의 ‘하지제’, 즉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드소마로 함께 간다.









등장인물 소개





축제는 총 9일이고, 대니는 축제 속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과 해방의 감정을 겪는데,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대조되는 잔혹함으로 악명이 높지만, 1월 강의에서도, 해당 업로드용 페이지에서도 직접적인 장면들은 모두 뺐다.

이 강의 텍스트는 대니가 처해있는 상황이 어떻게 전환되는지, 이 영화의 바탕이 되는 북유럽 신화와 산림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의 이론을 참조해 식물의 입장에서 풀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즉, 일행의 입장이 아닌, 이 영화에 식물적 관점을 가미해 이 기이한 집단 호르가와 대니의 입장에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조명하고자 한다.






목차




겨울,

얼어있는 죽음의 땅

1. 대니의 상황

2. 크리스티안의 상황

3. 사건 심화

3.1 작은 이스터 에그

4.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




전환,

식물 세계로의 반전

1. 첫 번째 암시

2. 두 번째 암시




안내,

뿌리 세계와 신화의 실체

1. 이미르 신과 니플헤임

2. 숙소와 계절

3. 72세의 노인들

4. 나무뿌리의 세계

5. 호르가인들의 키워드, 감정

6. 독립적인 개체

7. 꿈




심판,

제물이 된 일행들

1. 마크

2. 조쉬

3. 사이먼과 코니

4. 펠레의 정체




해방,

제사의 의미와 대니의 정체

1. 메이퀸과 중심나무

2. 소외된 개체, 생태계의 복잡성

3.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차이

4. 식물과 동물 세계의 반전

5. 제사의 의미

6. 심판




결론,

미드소마 이후 대니의 운명

1. 크리스티안의 역할

2. 대니의 역할

2.1. 오딘은 누구?



2월 강의 콘텐츠 예고








겨울,

얼어있는 죽음의 땅





우선, 이 파트는 빌드업에 가까운 챕터이고, 다소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는 챕터이기도 하다.


대략적인 인물들의 소개와 상황, 이들의 관계성들이 나오지만 본격적인 스토리로 갈 때 더 탁 트인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빌드업 같은 구간.


사실 목차의 태피스트리부터 이미 영화의 모든 줄거리가 나왔는데,


맨 왼쪽의 해골무늬 구간이 영화의 프롤로그 격이다.



1. 대니의 상황



배경은 추운 겨울.


눈이 가득 쌓인 전나무 숲이 나온다. 사실 이것부터 다음 챕터에서 풀리는 이스터 에그이다.


겨울은 어떤 계절인가. 씨앗도 아직 땅 속에서 얼어있고, 눈에 식물들이 모두 앙상하고 야위어있는 계절. 프롤로그에서 대니가 꼭 그런 모습이다.





대니는 동생인 테리가 자살 암시를 하고 잠적해서 불안해하는데, 이건 꽤나 상습적인 것으로 보인다.


테리가 앓고 있는 조울증은, 실제로 가장 자살 위험이 높은 질병으로 꼭히기도 한다.


대니는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강박적으로 연인인 크리스티안에게 기대게 되는데, 크리스티안은 귀찮아하며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것일 거라며 대니의 불안을 축소시키려고 든다.





2. 크리스티안의 상황




반복되는 상황에 지친 것처럼 보이는 연인은 뒤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대니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가족일에 휘말리고, 크리스티안의 시선에서 본 대니는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보이기도 하다.




3. 사건 심화

그러다 바로 사건이 터지는데, 이 직후 동생은 실제로 자살한 것.(이 장면은 꼭 다뤄야 하는 장면이라 데포르메 해버렸다.)


심지어 동생은 자신만 죽은 것이 아니라 노란 호스를 방문에 연결해 부모님과 함께 죽었다.


그렇게 대니는 가족들을 지키지 못한 채 혼자가 된다.




3.1. 작은 이스터 에그


그 이후에 실의에 빠진 대니. 울부짖는 대니 뒤에 걸려있는 이미지는 스웨덴 태생의 일러스트레이터 ‘욘 바우어’의 작품이다.(1882-1918)




원래도 좋아하는 작가였지만, 해당 삽화의 내용을 찾기가 어려워서 겸사겸사 해당 이야기가 실린 책을 직구로 구매해 서툴게 번역을 돌려봤다.







해당 삽화의 동화는 벨라의 영광스러운 모험이라는 제목이었다.







어린 말썽쟁이 공주가 숲으로 가서 숲 속 동물들과 어울리는 공주.

공주는 동물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지만, 그의 배려는 오히려 동물들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후 독수리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궁전으로 돌아온 후에는, 숲에서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지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정말 영광스러운 모험을 했어요!'라고 말하는 동화.





4.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



이후에 대니는 당연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크리스티안은 그에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심지어 대니 몰래 스웨덴에 있는 친구 펠레의 집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여행지의 목적은 또 다른 친구이자 대학원생 조쉬가 호르가의 하지제(미드 소마)를 조사하는 것이었고,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 모두 함께 가기로 한 것.



거울을 이용해 크기 차이를 준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구도




이후에 대화하려는 대니가 부담스러운 크리스티안은 자꾸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고, 결국 원하지도 않으면서 의무감에 대니를 여행에 초대하게 된다.







그러곤 친구들에게는 통보식으로 말하는데, 점점 이 캐릭터의 책임감 없고 게으른 성격이 잘 보인다.



친구들 중에서는 상황을 반가워하는 것은 스웨덴의 집으로 초대한 펠레뿐.


펠레는 고향의 하지제에 대해 설명하고, 이후에 가족을 잃은 대니를 위로하기도 하는데,


가족 이야기를 하자마자 트리거에 눌린 대니는 공황에 빠져 화장실로 들어가고, 이 또한 한 번이 아닌지 비행기 화장실에서도 비슷한 증세를 겪는 연출과 연결되어, 여행을 가는 기점으로, 하지제로 가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겨울에서 바로 여름으로 전환되는 것.




전환,

식물 세계로의 반전





1. 첫 번째 암시




차가 쭉 지나가며 환경이 반전되고, 여름 나무 틈 사이로 거꾸로 빨려 들어가며 ‘헬싱글란드’라는 마을 현수막이 나온다.

모든 것이 반대로, 혹은 거꾸로 된 곳이라는 느낌도 주면서, 어찌 보면 지하세계로 가는 감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아름다운 마을 풍광에서부터는 이전 챕터와는 달리 탁 트이고 색이 훨씬 맑아졌다.

공포영화에 꼭 정해진 스테레오 타입이야 당연히 없지만, 대니는 오히려 참극이 일어나는 하지제, 즉 미드소마에서가 아닌 일상에서 공포와 숨 막힘, 비극을 느꼈다. 그리고 이게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


또한 이곳은 백야가 반복되고, 시간 감각도 사라지기 쉬운 곳.






거기서 똑같은 외지인인 사이먼과 코니도 만난다. 둘 또한 펠레처럼 마을 주민 출신에 의해 하지제를 구경하러 왔다. 사실 이 두 인물은 비중은 그리 없는데, 둘이 합류해야만 하는 상징적 이유는 있다. 이것도 나중에 밝혀진다.


일행은 마약을 권유받는데, 대니는 거절하려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 같으니 함께 환각 버섯차를 먹기로 한다. 군중심리를 따르는 대니의 성격이 서술되는 장면이다.





2. 두 번째 암시



그리고 환각을 본다.

시각도 인물도 혼돈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주변과 달리 대니는 바람을 마시다 ‘대지에서 올라오는 이 기운’을 느껴보라는 누군가의 말에 땅과 일체가 되어 풀이 자라난 손을 보게 된다.





누군가 ‘나무도 호흡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에 대니의 호흡도 커진다.







‘자연은 조화로운 삶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 모든 게 기계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지.’

라고 호흡이 점점 커지다, 다시 대니는 비행기에서처럼 공황이 온다.

폐쇄된 공간으로 들어가니 죽었을 당시의 동생의 환영도 본 후, 숲으로 도망가서 잠든다.


그 후 대니는 6시간 넘게 잠들다, 백야 탓에 아직 밝은, 꼭 폐 같기도 한 숲길을 따라 마을 깊은 곳으로 간다.





안내,

뿌리 세계와 신화의 실체




1. 이미르 신과 니플헤임




동그랗고 태양 같은 곳을 통과해,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평화롭고 장엄한 호르가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본격적으로 떡밥이 풀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마을의 장로중 하나로 추정되는 이에게 의복이 마음에 든다고 대니가 말하니, 이 분께서 장난스럽게 치마 같지 않냐고 한 뒤 ‘이미르신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입죠.’라고 했다.







이미르 신은 북유럽 신화에서 기원된 거인 신이자, 천지창조에 깊은 관계를 맺은 어떤 최조의 존재이다.







그는 소의 젖을 먹으며 모든 서리 거인들의 모체로 인식되었는데, 신화에 따르면 이미르의 자웅동체 신체는 셀 수 없이 많은 세대를 낳을 존재들을 생산했다.



그리고 그 존재들이 이 북유럽 신화 속 중심 개체인 ‘세계수’, 즉 이드그라실을 구성하는 신들로 이어진다.






이미르 신이 태어난 서리 거인들의 땅이자 얼음의 나라의 이름은 ‘니플헤임[Niflheimr]’인데, 이 땅은 죽은 자들의 나라이기도하다.


즉 이미르 신은 즉 죽은 이들의 신이자, 태초의 신인 셈.


또한 이 이미르 신의 이야기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고,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지옥의 시왕 ‘염라대왕’과도 기원이 같다.


그러니 만약 북유럽 신화를 잘 아는 사람이 일행 중에 있었다면 여기에서부터 싸함을 느끼고 도망을 쳤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냥 지나치게 된다.


그렇다면 이곳이 바로 죽은 자 들의 땅인 ‘니플헤임’이라는 암시일까?

그건 아니다. 니플헤임은 이미 여러분들이 보았다.




<프롤로그>로 돌아가 보자.





모든 땅이 얼어있고, 죽은 자[대니의 가족들]가 있는 얼음의 나라이자 죽음의 공간.


헬싱글란드가 아닌, 원래 대니가 있던 곳이 죽은 자들의 땅 ‘니플헤임’이다.


그럼 여기는 뭐냐고?

그것도 나중에 답이 나온다, 우선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아까 이미르 신 발언에 이어 ‘자연은 자웅동체니까요.’라고 말하는 이 분의 말씀으로 보아서는, 본인들 스스로를 이미르 신화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는 부분이 드러난다.


그중에서 특히나, 식물성을 많이 표방하고 있다. 이 식물성은, 북유럽 신화의 세계 그 자체인 하나의 나무로 구성된 세계, 그건 아까 말씀드렸던 이드그라실이다. 이 이야기도 나중에 더 해보자.



아무튼 그렇게 대니 일행은 하지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2. 숙소와 계절





먼저 숙소를 보자. 층고가 상당히 높고 나무로 구성된 공간은 신앙과 연결되면서도 바람이 잘 부는, 자연적 공간이자, 신전 같은 느낌이 드는 곳. 신들의 나라를 뜻하는 곳이다 보니 머무는 곳도 그렇게 구성하였다고 짐작해볼 수 있겠다.







이곳은 36세 이하의 어린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라 설명한다. 호르가인들은 삶을 계절처럼 생각한다고 한다는데,

18세까지는 봄, 순례를 떠나는 18-36세는 여름, 36세-54세는 일하는 나이이기에 가을, 54세-72세는 스승으로 지낸다고 한다.







숙소 벽에 사진이 붙어있는 메이퀸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이들을 데려온 펠레는 이때 대니도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은근히 대니를 띄워준다.





3. 72세의 노인들



54세-72세는 스승으로 지낸다고 했는데, 그럼 72세의 노인들은 이후에 어떻게 될까.

식사시간을 보자.





우선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수저를 들자, 마치 양분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하나의 몸인 것처럼 순차적으로 주르륵 수저를 들어 식사하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72세의 노인 둘이 일어나 함께 호흡한 후, 음료를 마신 후, 다시 한번 주변 인물들이 따라 마신다.






이후,

이들은 푸른 옷을 입은 인물들에게 의자 통째로 절벽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 절벽이 의상과 똑같이 푸른 색상의 흔적들이 가득한 느낌인데, 아까 처음에 대니가 왔던 곳. 얼음의 나라, 니플헤임, 즉 죽음의 땅의 전반적 색상을 다시 보자.





죽음을 연상시키는 장면에서 마찬가지로 니플헤임의 색상이 나온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노인은 손에 상처를 내서 회청색 비석에 바르는데, 이것은 마지막 삶의 흔적이자 묘비, 생의 마지막 흔적 같은 것.

이들 뒤에는 비슷한 묘비가 잔뜩 있다.



72세의 노인들은 그러니까,


이런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떨어져서 생을 마감하는 것.



그리고 죽어가는 노인의 모습에 나무처럼 서있던 사람들이 고통을 함께 감각하는 것처럼 같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데,

왜 그럴까?






여기서 산림생태학 이론을 보자.


우리는 나무의 윗부분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나무뿌리 세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지 않나.





4. 나무뿌리의 세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수잔 시마드 산림 생태학자 (Suzanne Simard)는 과학실험을 통해 나무가 인간처럼 서로 의사소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테드 강의 참고 : https://youtu.be/Mlv1O5R1CA0


“땅에서 보면 나무는 각각 독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이 보지 못하는 흙 속에서 사방으로 뻗은 뿌리 부분과 넓은 범위에 이르는 균사를 통해서 연결망을 만들고 있다.”








“이 연결망은 같은 종류의 나무가 다른 나무나 각각의 다양한 종류의 식물 간에도 자주 정보와 영양분을 교환하며,” 이것은 숲의 단위로 이어지는 하나의 지성이라고 한다.






또한, “(…) 나무가 시들어 죽기 전에 자신의 생의 지혜를 다음 세대 자녀 묘목에 보내기도 한다."라고 했다.



나무들은 또한 탄소뿐만이 아니라, 뿌리들은 물과 방어 신호, 대립 화학물질과 호르몬,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데,

즉 위험이나 경고 또한 교환하고 숲의 단위로 주고받으며,





다 함께 그 고통을 감각하는 것.



나무들은 균근이라는 네트워크로 소통하는데, 균근은 말 그대로 균 뿌리라는 뜻이다.




숲을 걸으면 이 균근들의 생식기관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버섯이다.





그건 근데 빙산의 일각이고, 균근의 줄기에서 균류 끈실들이 나와서 균사체를 이루고 균사체는 모든 나무와 풀들의 뿌리에 감염되어 서식한다.

균 세포와 뿌리 세포가 만나면 세포끼리 탄소 영양분을 교환하고, 균류는 흙 속에서 퍼져 자라며 토양 알갱이 하나하나를 코팅해 영양분을 얻는다.



이 균의 망은 밀도가 매우 높아서 발자국 하나 정도의 넓이에 수백 킬로의 균사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곳은 숲의 지하에 있는 생물학적 연결 통로의 세계, 나무들이 소통하는 곳이다.


숲 전체는 위에서 말한 연결망으로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게 되는데. 그건 일종의 “지능”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숲이 화합하는 것. 그와 아주 유사한 방식으로 이들은 서로에게 공감과 감정이라는 코드로 화합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나란히 서있는 정갈한 모습과 장로들이 노란 선과 선 사이에 이어져있는 모습의 외관과는 달리, 뿌리의 세계에서는 전체주의적 움직임, 즉 나무뿌리 같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이쯤이면 여러분도 알 수 있다.

여러분은 영화 초반에 이미 이들의 진면모, 뿌리의 세계로 입장한 것이다.



다시 말해, 대니네가 온 지상 세계는 죽은 자들의 세계이자 겨울의 세계인 니플헤임이고, 진짜 세계는 아까 ‘전환’ 파트에서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장면과 연관 지어보면


이곳은 숲의 세계, 그중에서도 땅 속 뿌리의 세계로 볼 수도 있는 것.


뿌리와 토양기반이 숲의 생태계의 핵심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여태껏 일행들이 살아온 동물의 세계 생태계의 흐름 자체가 달라지면서 식물성의 본질로 전환되는 파트가 필수였다는 점도 드러나는 셈.





5. 호르가인들의 키워드, 감정



다시 노인들이 생을 끝마치던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혼란스러워하는 대니와 원주민 펠레만이 이 광경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아까 처음 즈음에 함께 취했을 때 시각도 인물도 혼돈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주변과 달리 ‘대지에서 올라오는 이 기운’을 느끼며 ‘나무도 호흡하며’ 함께 대니의 호흡이 커지던 것과도 겹친다.



이때 시브라라는 장로가 ‘필연적인 죽음을 기다리다 죽는 것은 영혼을 더럽힌다’라고 말할 때 대니를 똑바로 쳐다보기도 한다.




당연히 동생의 죽음이 연상되는 말이다.



이후, 일렁이는 초록 사이에서 나무의 호흡과 동화되던 대니는 다시 한번 공황 증세를 겪으며 괴로워한다.






이때 울부짖는 모습은 함께 온 일행들의 충격과 혼란보다는 호르가인들이 느낀 공감의 모습과 비슷하다.




혼란스러워하는 대니를 달래는 사람은 펠레. 펠레는 대니의 상실감에 대해 자신도 부모를 잃어봤다며, 이 공동체이자 자신의 가족이 그 상실감을 받아내고 키워주었다고 말하며 대니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한다.





위에서 말한 이론을 계속 차용하겠다.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한 소나무 묘목 뿌리가 다른 소나무 묘목 뿌리에게 탄소를 전송한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이 정보 교환이 숲의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건데, 두 가지 다른 종의 나무에서도 쌍방향 소통이 있다. 하나의 나무에 위험이 발생하면, 다른 나무가 탄소를 나누어주는 것. 그러니, 대니도 호르가 인은 아니지만 종이 다른데 양분을 줄 수 있는 나무 같은 것.


애초에 펠레는 대니의 통감하는 속성과 상실감을 조명했던 것. 그걸 강조하며, 대니의 공허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크리스티안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호르가인들의 공통점, 펠레가 대니에게 조명한 것이 통감에 가까운 공감의 속성이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5. 독립적인 개체


그렇다면 펠레가 대니를 달래는 동안 연인인 크리스티안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친구는 그 와중에 이 자극적인 광경을 보고 원래 여기 오게 된 계기였던 조쉬의 논문 주제를 자신도 다루겠다며 통보한다.

참고로 둘 다 대학원생이다.




선심 쓰듯이 ‘합동 연구도 괜찮아.’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모습은 여행에서도 친구들에게 대니를 데려가겠다며 통보하거나 대니에게 자신의 이기적인 태도를 당당하게 밀어붙이던 태도랑도 겹친다.



그리고 그 이기심을 그대로 대니에게 적용시키며 이 마을을 나가고 싶어 하는 대니에게 이 문화를 이해해봐야한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다시 이론으로 돌아가 보자. 아까 말한, 그런 탄소를 주고받는 뿌리의 연결망에 포함되지 않는 종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자작나무와 전나무는 다른 종임에도 저러한 연결망에 포함이 되지만, 삼나무의 경우에는 독립적인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걸 크리스티안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7. 꿈

그날 밤 꿈에서 대니는 유독해 보이는 기체를 뿜어낸 후,




72세의 노인이 죽는 장면이 동생과 부모님이 죽었던 장면과 겹쳐지는 악몽을 꾼다. 이 부분도 충격적이니까 조금은 더 귀엽게 만들어두자.


아무튼 이 장면 무슨 의미가 있다. 나중에 자세히 해석된다.






심판,

제물이 된 일행들




자, 다음 날로 넘어가기 전에 아까 초반에 마을 입구에서 환각 버섯을 먹고 자연과 숨을 쉬는 장면을 다시 보자. 이제부터 아까 설명한 산림생태학 이론과 연결시켜서 나무들이 바라보는 다른 종, 혹은 동물인 이들 일행의 특성에 주목해보겠다.




‘자연은 조화로운 삶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 모든 게 기계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지.’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절대적인 본인들만의 생태계로 돌아가는 철저한 이 사람들은 외부인들을 어떤 자세로 볼까? 이곳이 식물의 뿌리 세계이고 일종의 지하세계라면,


그리고 이들이 입과 팔이 없는 나무가 아니라는 것이 어떤 차이점을 줄까.



이를테면 나무들은 탄소뿐 아니라 방어 신호를 보내고, 미래의 위험에 더 높은 탄력성을 지니게 된다. 또, 아카시아 나무만 해도 경우 방어 화학물질을 전달해 나뭇잎 맛을 쓰게 만들어 벌레나 동물을 쫓아대는데, 호르가 사람들은 이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겠는가?

팔과 다리가 있으니까.


그렇게 그들에게 필요 없거나 그들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이들을 하나씩 사라지게 한다.




1. 마크


우선 마크부터 보자.




다음 날 노인들의 유해는 로트벨타라고 불리는 조상 나무에 뿌려진다. 마지막 정보를 주변 나무들에게 전달하고 남기고 스러지는 고목들처럼. 이들의 식물과 나무적 속성에 들어맞는 장면이며, 전통성과 의미가 깊은 장면이겠다.






근데 마크는 거기에 소변을 눈다.




실제로 숲은 쉽게 상처받기도 한다.


크고 오래된 나무를 골라 공격하는 나무좀처럼 자연적인 폐해에 뿐만 아니라 높은 등급의 나무를 골라 혹은 숲 전체를 벌목하는 행위에 그렇다. 그렇다면 이들의 유산을 해치고 훼손하는 이들에게 이 전체주의 식물 집단은, 이 나무좀 같은 친구에게 어떻게 반응할까?


당연히 단단히 화가 났다.



그렇게 마크는  사라진다.





2. 조쉬


한편 조쉬는 크리스티안의 공동 연구 발언에 조급해졌다.





그는 허락을 맡고 마을의 장로들에게 ‘루비 라드르’라는 그들의 경전 같은 책을 보게 되는데, 16가지의 감정으로 구성된 룬 문자가 이들의 문자라는 것이 이들의 정서 중심적인 생태계와도 많이 닿아있지 않나.







‘루비 라드르’영원히 진행 중인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책을 쓰는 이가 죽으면, 그 이름을 물려받아 또 새로운 이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며, 이 루비 라드르는 수백 개로 진화해왔다고 한다.


이는 아까 이야기한 나무의 전승의 개념과도 닿아있는, 마찬가지로 유서 깊은 전통이겠다.




이 멋진 책을 보고 조쉬는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당연히 장로는


정색하며 거절하는데





당연히 말을 듣지 않는다. 공포영화이지 않나?


앞서 암시한 것처럼 이들은 그런 외부의 위협이나 자신의 생태계 규범을 해치는 이들에게는 위협을 가할 의향이 아주 충분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조쉬도 그렇게 사라진다.







3. 사이먼과 코니


초반에 만났던 커플, 사이먼과 코니도 그리 좋은 결말은 못 누릴 것 같다.


이 커플은 분량이 크게 없어서 이 장면만 캡처했다.


이 둘은 미쳐 돌아가는 호르가의 생태계에 놀라 둘 다 빠르게 빠져나가기로 결정했는데,


단 한 명만 차를 탈 수 있다는 말에 남성 혼자 연인을 버리고 가버린다.



조금 과잉해석 해보자면 이걸 시험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들의 이타심이나 대니 같은 공감능력을 확인하려는 어떤 수단으로써.


아무튼 그들도 그렇게 그들의 소속이 아니라 판단되었는지 결국 사라진다.



이렇게,


총 6명의 인물이 호르가로 왔지만, 어떤 선별을 통해 남성과 여성 하나씩을 남겨두고는 총 4명이 사라졌다.



자, 이쯤에서 이들을 데려온 펠레는 어떤 인물일까.




4. 펠레의 정체


펠레는 동충하초랑 비슷하다.

벌레, 주로 곤충을 숙주로 삼는 버섯종을 동충하초라고 하는데, 아까 이 버섯류의 뿌리가 곧 숲의 네트워크가 되기도 한다고 그랬지 않나.

그중 이 동충하초는 육식성을 띄는 특이한 버섯 종이다.




이들의 균은 숙주인 벌레를 죽이고 벌레의 신체를 이용해 번식하는 균류인데.

따라서 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식물처럼 변한다는 뜻에서 동충하초란 이름이 붙여졌다.



또다시 대니네가 왔던 도시와 하지제의 전환 요소와 겹치지 않나.



즉, 곤충을 숙주로 삼아 겨울을 나면서 곤충의 내장이 사라지고 내부를 버섯과 동일한 성분으로 꽉 채우고, 버섯이 곤충의 내장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난 건데,

동충하초는 추운 겨울 영하의 날씨에서도 죽지 않고 서서히 자라난다.



자라난 동충하초의 포자는 바람에 날리거나 직접 접촉을 통해 곤충의 몸에 붙게 되고.

곤충의 몸에 부착한 포자는 발아 후 곤충의 표피를 뚫고 체내에 침투하게 된다.



체내에 침투한 균사는 서서히 생장을 시작하고 이와 함께 곤충은 서서히 죽어가는데, 때때로 이들은 포자를 퍼트려서 개미 군집을 몰살시키기도 한다.



여기서 말한 체내에 침투한 균사가 바로 우드 와이드 맵의 네트워크라고 말씀드리기도 하고, 나무와 나무를 잇는 네트워크라고 말한, 바로 그 균사이다.


죽은 곤충의 몸속에는 이제 이 균사가 가득하다가, 이듬해 버섯 생성에 알맞은 기후조건이 되면 죽은 곤충의 표피에 아름다운 버섯을 형성한다.

[실제로 이들 일행도 나중에 식물이 몸에서 자란 것 같은 기이한 모양새로 죽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버섯의 머리 부분에 달린 포자가 바람 등의 충격에 떨어져 살아있는 다른 곤충의 표피에 부착함으로써 동충하초의 세대가 반복해서 이루진다.


최근 특정 균은 개미에 기생하여 기주를 죽게 한 후 죽은 개미의 뇌를 조종한다는 일명 '좀비 개미'의 경우는, 포식 동충하초 속 (Ophiocordyceps)에 속하는 한 균에 감염되어 개미가 죽은 상태에서 뇌를 조종당하여 균류의 포자 번식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펠레가 이들을 스웨덴까지 데려온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곤충에게는 매우 위험하지만, 동충하초는 자연계에서 곤충의 밀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생물이다.

마찬가지로 펠레도 외지인들에게는 위험한 인물이지만, 이들 호르가에게는 이들의 문화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해방,

제사의 의미와 대니의 정체





1. 메이퀸과 중심 나무


자 그럼 이제 넷째 날, 그리고 메이퀸을 뽑는 대회가 열리는 날로 가보자.

대회의 내용은 이렇다.


“오래전 이곳에서 검은 자가 호르가의 청년들을 풀밭으로 꾀어내어 춤을 추게 하였다. 춤을 추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고 죽을 때까지 춰야 했지. 오늘날 우리는 검은 자에 개의치 않고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왕관을 쓸 것이다.”




자, 춤을 추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높은 폐활량, 호흡법, 체력…등등.





이 대회의 춤은 특히 이렇게 다들 동그랗게 연결되어있고, 서로 교차하고 팔짱을 껴가며 교감하는 춤이기도 하다.




다시 산림생태학 이론을 보자.





숲에는 중심 나무들이 있다.


이 중심 나무의 자질은 뭘까? 더 탄소가 많고, 더 양분이 많고, 그들의 네트워크에서 중요하게 소통하는 나무들이다.


이들의 춤처럼.




이 지도를 보자.



모든 나무가 버섯 같은 모든 균류의 DNA 염기 순서를 조사해 만든 지도라고 한다.



동그라미는 전나무, 또는 교점을 나타내고 선들은 교점 사이를 잇는 균사들로 이루어진, 고속도로, 즉 인터넷 같은 연결을 나타낸 지도이다.





가장 크고 색이 진한 교점들은 가장 바쁜 교점들인데 중심 나무라 부르기도 하지만, 엄마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냐면 바로 이 나무들이 숲의 하층에서 자라는 어린 나무들을 돌보는 나무이기 때문.


일전의 대니의 꿈을 생각해보자.



검은 연기가 빠져나오며, 가족들의 죽음과 노인들의 죽임이 교차되었다. 그리고 저 노란 선을 주목해보자.


이 장면에서 죽은 동생이 쓴 마스크 줄은 꼭 대니에게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한 그루의 나무가 다른 묘목들에게 탄소를 보내는 것처럼.




지도 속 노란 점들은 나이 든 엄마 나무의 연결망에 연결된 어린 묘목들이다.



하나의 숲에서 수백 그루의 나무가 한 엄마 나무에 연결되어 있기도 하며, 엄마 나무는 때로는 자신의 뿌리 성장을 줄여서 자녀 묘목들이 자랄 공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나무들은 또한 자기의 묘목을 알아본다.


다른 곳에서 데려와 나무를 심을 경우 더 큰 균근 연결망으로 그들을 감싸고 더 많은 탄소를 지하로 나눠주기도 한다.


그처럼 대니도 동생을 무조건적으로 돕는 관계였다.

공감, 무조건적인 수용. 즉 중심 나무와 주변 나무 같은 관계였던 건데, 이는 물론 현실에서는 굉장히 한계가 뚜렷하고 소용이 없는 행동이었다.


다시 또 이들의 춤을 보자.

이들은 이러한 동작으로 교감을 하고, 비슷하게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장 강한 나무를 선별하는 거라고 가정해보자.


대니는 엄마나무가 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수용과 배려를 동생과 연인에게 주었지만, 이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생각해보자.


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연인은 나약해져 버린 대니의 그 수용이 숨이 막힌다며 거부한다.


여기서 짐작해볼 수도 있겠다. 원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한하게 이타적인 대니의 모습은 개인주의의 세계에서  유리될 수밖에 없다.



대니가 울부짖었던 장면을 돌이켜보자.



겨울의 세계, 죽은 자 들의 세계 속에서 대니는 나뭇가지처럼 야위고, 앙상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 뿌리, 즉 양분을 주고받는 호르가, 즉 식물의 세계, 감정의 세계로 왔을 때의 대니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왜 분갈이할 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특히 식물도 더 큰 화분으로 옮겨가면 새 흙과 화분에 적응하는 동안 시간이 걸립리지 않나.


몸살처럼.


더 큰 화분 안에서의 적응이 무사히 끝난 후에야 식물도 이제 답답했던 화분을 잊고 뿌리를 자유롭게 뻗을 수 있는 거다.


대니도 그런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닐까?







호르가의 연결망들은 서로 겹치며 나무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며 피드백과 적응을 가능하게 하고 이 모든 것이 그들, 즉 숲을 더 강하게 한다.


또한 거기에 말은 필요 없다.




수많은 중심 나무와 수많은 연결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고, 이는 원로들이나, 메이퀸에게서 드러나는 자질이다.



대니도 여기서 메이퀸으로 각성하며, 외국어까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뒷부분의 나무가 또 일렁이기 시작하며 그렇게 완전히 이 생태계에 대니가 녹아든다.





꽃이 물에 풀어지는 것처럼, 피어나고 녹아든다.


그렇지만 이제는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공황 증세가 없다.





이렇게 대니는 포스터 속의 얼굴도 살짝 보이는데, 이렇게 점점 이 시스템이 대니에게 완벽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대니가 우승하며 메이퀸이 된다.


영상으로 보시면 화관으로 씌워진 꽃도 숨을 쉰다.


또한 중심나무가 된 대니의 거친 숨을 따라 이제 주민들의 얼굴도 일렁인다.




아까 본 자연들처럼, 이제 대니는 이들의 일부이자 뿌리 세계의 중심이 되었으니까.








2. 소외된 개체, 생태계의 복잡성


이걸 바라보는 크리스티안은 그저 이방인이며. 소외된 개체이다.




인간 세계와는 달리 나무로 구성된 식물의 세계, 뿌리의 세계에서 독립적이거나 이기적인 개체는 유리되기 쉽다. 대니가 그랬던 것처럼.

남근 중심 사회, 육식동물을 위한 세계였던 원래 세계와는 다르게, 이들 식물의 세계에서는 정욕이 아니라 공존이 생존 방식이기에 크리스티안은 유리되고, 대니는 개화한다.





그렇다면 이 식물의 세계에서 정욕적으로 사고하면 어떻게 될까?


그걸 알기 위해 크리스티안을 보자.


‘독립적인 개체’인 크리스티안은 이 숲, 이 생태계의 복잡성을 만드는 유전자적 도구로서 이들에게 사용된다.


무슨 말이냐면, 앞서 초반의 어떤 인물이 크리스티안을 점찍었다.


이렇게 잔에 음…본인의 피를 타는 형태로.




단순화된 숲은 복잡성이 떨어지고 질병과 해충에 취약하게 된다. 엄청난 규모의 소나무좀 감염이나 거대한 산불의 경우처럼. 그러니 가능하면 주고받을 수 있는 친척 나무를 늘리고 종을 다양화하는 것이 좋겠지 않나? 크리스티안은 나름 간택을 받았으니 아까 사라지지 않았던 것.





물론 이들은 이것조차 이렇게 다 함께 과정을 공유한다.

또, 지상세계와는 달리 여성이 크리스티안에게 끌렸다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아니다. ‘유전자’를 얻은 다음에는 크리스티안에게 관심도 없기 때문.







그리고 이 장면을 중심 나무이자 메이퀸이 된 대니가 보게 되는데,



결론적으로는 크리스티안의 배신으로 이들과 섞여 들어가는 마지막 단계를 밟게 된다.






3.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차이


크리스티안을 고른 여자아이의 쾌락에만 공명하던 이 장면과는 달리,


앞에서의 공황 장면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엄마 나무가 된 대니를 둘러싸고 주변 주민들은 함께 울부짖는다. 꼭 뿌리로 경고를 전하는 나무 같은 모양새이다.


이런 교차연출을 통해 이 둘이 현재 위치해 있는 지점의 극명한 차이가 보인다.


고통의 신호를 호르가인들에게 전이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중심 나무, 대니




4. 식물과 동물 세계의 반전


또한, 메이퀸이 된 직후 대니가 횃불을 들고 그 위를 도는 장면도 짚고 가자.


이종 나무끼리도 서로 영양분을 주고받는다고 말했었는데.

볕이 많은 여름에 자작나무가 전나무에게, 특히나 햇빛을 못 받는 경우라면 탄소를 좀 더 보내기도 하고 전나무가 성장 중일 때는 잎사귀가 거의 없는 자작나무에 탄소를 보내기도 한다.


음과 양의 조화처럼.


이 장면에서 대니와 이 반대편 사람도 단조와 장조로 화음을 넣으며 노래를 부르고,




고기를 묻는데,



그런 이종끼리의 조화와 식물과 동물이 반전된 세계관을 표현한 장면으로 설명될 수 있겠다.




원래 태워지는 것은 식물이지, 인간이 아니다.

인공적으로 교배되는 것도 식물이지, 인간이 아니다.

식물이 동물에 의해 삼켜져 동물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

이 세계에서는 식물이 동물을 해치고 오히려 식물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줄 알았던 자연의 세계가 반전되어 동물적 세계를 침범한다.

수동적이고 배려로 인해 고통스럽고 끌려다녔던 대니가 꽃 피어나는 것이다.



고기가 씨앗처럼 심기고, 인간의 다리도 식물처럼 심겨긴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도망간 줄 알았던 커플의 남성은 꽃으로 둘러싸여 식물화되어 죽었고,


아까 교배가 끝난 크리스티안도 마비가 된다.


식물인간처럼. 그리고 동충하초처럼.






5. 제사의 의미




결론으로 가기 전, 그럼 좀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가보자.  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 이들을 공격한 걸까?

우선 앞서 사라졌던 이들을 다시 보자.


두 명의 커플과 조쉬, 마크, 이렇게 네 명이 있었다. 이렇게 외부인 4명을 뽑고, 호르가 주민 중에서 다시 한번 네 명을 뽑는다. 그리고 펠레와 크리스티안 중에서 대니가 선택권을 쥐어서, 총 9명의 제물이 바쳐지게 되는데,

이  제사가 의미하는 바를 최종적으로 짚기 위해 초반에 나왔던 세계수,


‘위그드라실’이라는 이스터에그를 다시 보자.


초반에 나온 이미르 신과 연결된 나무 이야기이다.


우선 위그드라실은 세계 중심에 있으며, 나무의 가지와 뿌리는 북유럽에 존재하는 아홉 세계에 각각 닿아있다.



1. 신들의 세상 아스가르드(Asgard)

2. 인간들의 세상 미드가르드(Mydgard)

3. 거인들의 나라 요툰헤임(Jotunheim)

4. 공간의 바다

5. 죽은 자의 나라 니플헤임(Niflheimr)

6. 불꽃의 나라 무스펠스헤임(Múspellsheimr)

7. 반신족(半神族)의 나라, 바나헤임(Vanaheimr)

8. 요정들이 사는 나라 알프헤임(Ālfheimr)

9. 소인들이 사는 스바르트알파헤임(Svartálfaheimr)


출처 : https://dotolmaster.tistory.com/1


이들은 각각 통치자들도 따로 있고, 나무로 구성된 거대한 신화적 세계관을 이루고 있다.


이중 불타는 나라 무스펠헤임의 불꽃이 얼음 땅이자 죽은 자의 나라 니플헤임의 얼음을 녹이기 시작했고, 이를 반복하다 물방울에서 태어난 것이 호르가가 섬기는 태초의 거인 ‘이미르’이다.


호르가인들은 처음부터 말했다. 이 신화의 어떤 뿌리적 존재, 그리고 선한 신이 아닌 어떤 악마적인 존재인 ‘이미르 신’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미르 신은 오딘이라는 신에 의해 죽임 당하고, 사후에 는 광물이, 치아는 보석, 은 흙이 되었으며 양 눈은 태양과 달, 눈물은 비, 몸의 은 온갖 나무와 풀, 뇌수는 구름, 그리고 그 사체에서 기어 나온 구더기는 드워프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의 시신에는 대지, 에서는 바다, 머리뼈에서는 하늘이 만들어져, 세계수를 구성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것은 북유럽 신화의 중심이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위그드라실”은 세계의 축으로서 존재했고, 이러한 나무는 ‘우주목’이라는 신화수에 속한다. 북유럽의 위그드라실뿐 만 아니라 많은 신화에서 이 우주목들이 나타난다.




즉, 이미르 자체가 아닌, 이미르 신을 죽이는 것을 재현하고 세계수의 활성화를 재현하는 것이 이 축제의 의의였던 것.




6. 심판

그리고 대니는 메이퀸이 됨으로써 심판의 키를 쥔 존재가 되었다.





네 명의 새로운 피를 받았으니, 호르가에서 넷을 바칠 것이며,

여왕, 즉 대니가 ‘새로운 피’인 크리스티안과 호르가인 펠레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필요 없는 나무를 취하지 않고 다 태워버리는 인간처럼, 식물적 생태계가 심판의 대상을 겨냥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임의로 회상을 넣어보자


자신의 생일을 가장 먼저 알고 달려와서 초상화를 그려준 펠레,




자신의 고통을 방조하고 귀찮아했으며, 그리고 자신의 생일조차 까먹고 펠레가 알려주고 나서야 뒤늦게야 허접하게 챙겨줬던 크리스티안.


특히 크리스티안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고통을 안겨준, 지상과의 마지막 연결고리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대니는 선택했다.






“강대하고 두려운 짐승이여, 너를 깊은 잠으로 추방하노니, 그곳에서 네 사악함을 되돌아볼지어다.”


라는 호르가인의 말과 함께 크리스티안은 제물이 되어 성전에서 불에 탔고,




대니는 고통에 공명하는 사람들과 함께 울부짖다가 이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영화 내내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다.




영화는 여기에서 끝이다.


축제는 9일이고, 지금은 5일 차라고 감독인 아리 에스터가 말했다던데, 그렇다면 대니의 운명, 이 결말의 의미는 무엇일지 다들 궁금해할 것 같아, 결론을 생각해봤다.





결말,

미드소마 이후 대니의 운명





1. 크리스티안의 역할


자, 우선 호르가의 입장에서는 위드그라실의 아홉 세계를 상징하는 제물을 바치고, 무스펠스헤임의 불꽃으로 불태우며 이미르의 죽음과 세계의 탄생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또한 대니의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죽은 자의 땅에서 왔기에 서리처럼 얼어있고, 죽어있던 정신을 이 의식으로 녹이며 태초의 거인, 이미르처럼 이들의 근원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대니는 이미르보다는, 천성이 악했던 이미르를 처단한 신, ‘오딘’에 가깝다.


아까 대사를 다시 보자.


이미르의 육신을 상징하는 크리스티안에게 정면으로 하는 말이겠다.


“강대하고 두려운 짐승이여, 너를 깊은 잠으로 추방하노니, 그곳에서 네 사악함을 되돌아볼지어다.”




왜 이미르의 육신을 상징한다고 가정했냐면, 영상으로 보면 남은 제물들은 모두 식물성을 띄는데 크리스티안만 육식성, 동물의 형상을 띄기 때문이다.


세계수와 유리되는 포식자, 동물적 세계의 상징, 야만함으로 유명했던 이미르의 탈이라고도 가정해볼 수 있겠다.





2. 대니의 역할


우선 이미르의 뜻은 ‘쌍둥이’이다.


텍스트로도 다시 한번 쓰자면

현대 학자들이 추정 후 재구성한 원시 인도 유럽 신화에 따르면 태초의 신, 사람이라는 뜻의 마누와 쌍둥이라는 뜻의 예모가 있었고, 예모에서 변형된 것이 이미르라고 추정된다.


마누는 신들의 도움을 받아 형제 ‘예모’를 죽여 희생 제사를 치른 후 예모의 시신으로 세상을 창조하였는데,


이로써 인간세상에 희생 제사가 생겼고,

마누는 첫 번째 사제가 된다는 내용이다.





2.1. 오딘은 누구?



즉, 북유럽 신화로 전환해서 말해보자면

예모가 이미르이고

마누가 이미르를 처단한 신 오딘인데

또한 오딘은 북유럽 신화의 최고 신이자 신들의 왕이기도 하다.


원시 게르만어로는 워다나즈(ᚹᛟᛞᚨᚾᚨᛉ ,Wodanaz)라고도 하는데

어근 wod(와드)는 ‘광기, 분노’라는 뜻으로 영단어 wode(워우드)의 어원이기도 하다.

또한 wod 광기와 분노는 샤머니즘적인 격정과 영감을 동반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대니, 그리고 미드소마의 정체성과 맞닿아있지 않나.


북유럽 신화를 통해 바라본, 대니를 상징하는 오딘은 북유럽의 최고 신이며

산림 생태학을 통해 바라본 대니는, 중심 나무로 재탄생했기에 미래가 어둡지는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시 대니의 웃음을 바라보자.


솔직히 통쾌함 그 자체인 영화이다.








2월 강의 콘텐츠 예고


아이가 용서하는 세계, 친절한 금자씨


-종교 비판적, 종교 이분법적 관점과

-딸이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을지 아닐지의 기로에 서서

친절한 금자씨를 독해합니다.


색상 키워드는 흑백 컬러와 붉은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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