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부모>
읽고 있는 책에서 자꾸 도 닦는 소리를 해서 열받는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뻔한 현상과 사실 앞에 열받는 것도 뭐라더라 뭐라고 하던데 다 맞는 소리라서 열받는다. 니가 이러저러하는 건 잘못인데 그건 너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고 다만 인정을 해야 사는게 수월하다 라는 식의 말을 하는데 열받는다.
내가 이래서 도서관을 사랑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의 평이 너무 좋아서 나는 돈을 주고 책을 사려고도 했다가 그렇게 쌓인 책이 한가득이라 그저 장바구니에 모셔만 두었다가, 그렇다면 빌려서 읽으면 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 대출중이던 책에 예약을 걸어두었고 응? 이 책은 뭐지? 하는 생경한 기분이 들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나 도서관 앱에서 온 알람에 부랴부랴 기억과 열망을 되살렸다.
내가 요즘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이러저러한 일이 있어서 기분이 나빴는데 기분이 나쁜 게 맞는지 모르겠어. 라며. 답정너인가? 야 이거 정말 기분 나쁜 거 아냐? 라는 의미가 아니고 나는 정말로 내가 분노조절장애인가 싶어서 진지했다. 그게 맞으면 기분이 나빠도 나쁘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싶었다.
저 책은 육아서인가? 인생책인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나에게 육아서와 자기계발서와 마음을 다스리는 책 등등에 카테고리를 따로 정할 필요가 있을까? 다 맞는 소리를 하고, 내가 해왔던 말과 행동에 대해선 그것이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딱히 좌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좌절감이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예전엔 이런저런 육아서를 읽다보면 이 생에서 나는 틀렸구나 내가 이 지구촌 인구의 두 명 인생을 망쳤구나 라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몰랐는데 이번엔 별로 그렇지는 않다.
나의 내면이 단단해졌기 때문인가? 내 강력한 무기인, '사과는 오늘을 넘기지 않는다' 때문인가?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서? .. 다른 인간관계는 원만했을까? 지금 읽는 책이든 전에 읽었던 책이든 오늘 들은 조언이든 책에서 읽은 조언이든 크게 다른 내용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널을 뛰어 햇빛이었다 구름이었다 했을 테다. 요새는 약간 시쳇말로 '현타'가 왔다. 야.. 이거 어떤 쪽으로든 결론은 내가 미친년이구나.. (딱히 자기비하의 의도는 없습니다)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사자성어는 '역지사지'이다. 나는 내 편의에 의해 늘 역지사지를 생각한다. 화를 안 내는 엄마가 제일 좋은 것 같아. 근데 그건 틀렸어. 그럼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엄마는 어떻지? 알면서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후회와 사과를 하니 좋아. 나는 좋다.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좋을 것 같다. 그러니 내 아이들도 가장 가까이 접하는 어른이 실수투성이지만 사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기대는 굳이 아이에게 묻지 않고 혼자 마음껏 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