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그렇다고 다리를 자를 순 없잖아...
그날도 평범한 날 중 하나였지...
2013년, 8살이 된 노아는 여전히 아기 같은 얼굴로 상어 이빨을 드러내며 뼈다귀를 주네- 마네- 하면서 세상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큰 누나가 발가락 사이에서 종양을 발견하기 전 까지는...
나이 들어가는 강아지를 유심히 관찰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때는 (당연히) 강아지 몸에도 종양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간단했다. '발가락 절단'... 발가락에 자라난 작은 종양을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종양이 점점 크게 자라 다리 하나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심란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수술을 결정했다. 이 전에 이미 노아에게는 허리 디스크 수술이라는 큰 수술이 있었고, 발가락 종양 제거 수술이 두 번째였다.
'이번에도 너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던 길에 누가 뒤따라와 뒤통수를 치는 일을 겪게 되겠구나...'
허리 디스크 수술로 인해 세 다리로 절뚝이며 걸어 다니는 상황이었기에, 그나마 몸을 지탱해주고 있는 작은 발가락들 중에 하나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게다가 이제 나이가 더 들면서 몸에 하나, 둘 씩 종양이 더 생길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마음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부디 수술 후에도 노아가 잘 걸어 다니기를 바라며 다시 수술대에 노아를 맡기고 왔다.
8살 즈음부터 노아가 구름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칼라를 쓴 노아의 모습은 필요 이상으로 너무 익숙해졌다.
수술 회복실에 누워 마취에서 깬 노아가 큰 누나를 알아보고 왜 이제 왔냐며 성을 냈다. 이리저리 불안하게 돌아다니고, 무릎 위에 기대어 낑낑대다가, 또 씩씩거리기를 반복... 수술을 마친 노아의 발에는 한 겨울에나 어울릴 듯한 두꺼운 장갑(붕대)이 끼워져 있었다.
'장갑을 벗고 나서 사라진 자신의 발가락 하나를 노아는 어떻게 느낄까..?'
일 때문에 함께 병원에 가지 못했던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힘겨운 발걸음으로 현관 앞에 나를 맞이하러 나온 노아를 보며 대성통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아의 몸에 종양이 자란 건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중에 겪게 되는 일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뭐가 그렇게 미안했던지...
8살이 될 때까지 겪었던 수술들(중성화 수술, 디스크 수술, 종양 제거 수술)과 그다음에 노아가 겪었던 병원 치료도 모두 노아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강아지의 의사 확인을 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는 모든 의사 결정들이 일종의 폭력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편한 마음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간 노아는 없어진 자신의 발가락 부위를 낯설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다행히 사람처럼 발가락 한 개 보다는 간식에 여전히 더 집착했다. 정말 고맙게도.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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