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발인가!!?
오늘 피검사를 했다. 원래 다음 달 4일에 CT와 피검사일정이 잡혀있었는데 힘들 때마다 먹는 의료용 마약이 떨어져 내친김에 피검사를 한 것이다.
요새 또다시 밀려오는 피곤함에 내심 불안하긴 했지만 항암 끝난 지 겨우 4개월 지났는데 벌써 재재발의 징조가 보인다. 난소암 4기 환자의 숙명인 것일까? 요 몇 달 나름 개인적 사정으로 스트레스와 피곤이 문제였을까? 아직은 CA수치가 52라 암도 잘 안보일 꺼라 다음 달 예정대로 예약한 검사를 한 뒤 다시 얘기해 보자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재발이 된 상태에 또다시 재재발 소견이 나와서 함께 간 신랑과 나는
할 말을 잃었지만 나는 사실 불량한 암환자이기에 어느 정도 예측 하긴 했다. 암에 걸린 사람은 절대 정상인처럼 살면 안 되는 것을 나는 그렇게 살면서 낫기를 바라는 불량암환자이다. 식습관과 운동 모두 다 바뀌어야 하는데 언제나 나 자신 스스로의 관대함에 무너지고 있다. 맛없는 것은 입이 싫다 하고 힘든 것은 몸이 싫다 하니 몸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 살이 찌면 온몸이 염증으로 가득 차는 걸 알면서도 힘들다는 핑계로 움직이질 않고 몸에 나쁜 것을 알면서도 이번 한 번만을 입에 달고 먹었다. 재발되는 시간이 자꾸 짧아지면 그만큼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지는 걸 알면서도 건강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 불량한 암환자이다. 가게도 이달 말 이전을 해야 하고 당장 오늘도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몇 시간 못 자고 또 나가야 하는 바쁜 암환자이다. 내일 죽더라도 일하면서 죽겠다가 나의 지론인데 한심한 나이다.
늦은 밤 1시다. 빗소리가 창문을 뚫고 들린다. 한심스러운 나 자신을 비난하기 딱 좋은 날이다. 다음 달 5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주간을 또 맘 졸이며 뒤늦은 식이요법과 운동을 할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내 나이 52.. 죽기엔 좀 아까운 나이.. 지금의 소원이라면 고통 없이 빨리 가는 게 소원이 될까? 하도 죽음을 많이 봐서 그런가 죽음이란 게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을 알기에 그 과정이 무서일뿐이다. 수술보다 아픈 주삿바늘처럼 죽음 그 자체 보다 당장 당장의 고통이 사람을 주저앉힌다.
이번 피검사에는 모든 게 다 안 좋게 나왔다. 간수치. 고지혈. 콜레스테롤 등등...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있다. 괜히 몸 여기저기가 더 아픈 것 같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쉬 올 것같지가 않다. 할 일이 태산인데 암 만 아니라면 진짜 다 할 수 있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또다시 유튜브와 네이버를 뒤지며 종양수치가 일시적으로 올랐기를 바란다. 나의 이 모든 고민이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내가 정상 이기를 기적이 일어나 한순간 모든 암세포가 영원히 내 몸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본다.
꿈이었으면... 지금의 모든 상황이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과연 나는 얼마를 더 살 수 있을까? 나의 인생을 뒤돌아 보려 쓰기 시작한 글들이 병상노트로 바뀌는 것은 아닐지... 더 이상 생각 말고 오늘은 넘어가자. 내일도 넘어가자. 그렇게 2주를 넘겨보자. 그렇게 또 일상을 살아보자. 내일은 오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