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s mine oyster
나는 야간 청소부이다.
어느 호텔의 심야에 로비와 식당 이곳저곳을 청소한다. 나를 포함 모두 다섯 명인데, 내가 들어오기 전 평균연령은 70세 정도였다. 입사전 소장님과 면접을 볼 때 이 어르신들과 함께 작업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새로운 나이계산법에 따라 이제 갓 사십 대였다. 내가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정말로?" 다시 반문을 했고, 내가 똑같은 대답을 했지만 여전히 불안과 의심이 가시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젊다 못해 어리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나는 한번도 이 일을 꿈꿔 본 적이 없다. 우연한 기회에 이 자리를 소개받았을 때 투잡을 생각했다. 근무 중 휴게시간과 퇴근 후 오전에 잘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나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이 일을 시작했다. 물론 지난 12월 마지막주부터 출근을 했지만 계약의 시작은 1월 1일로 못박혀 있다. 시작과 함께 설날을 맞이하였고 새해의 소망이랄까 다짐 비슷한 걸 생각하며 이런 결심을 해 보았다.
더이상 '일'을 하지 않겠다.
심플하게 이 한 문장을 페이스북에 올리니 한 친구가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진지하게 '더이상 돈이 나로 하여금 일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리플을 달았다.
진술이 있고, 질문이 제기되고, 답변이 수반된 그럴듯한 말이지만 '어떻게?' 라는 물음을 이겨낼 여지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새벽 5시 정도 로비의 통유리를 닦는 일이 남아 있다. 높이가 5미터는 될테지만 전부를 닦는 건 아니고 로비의 쇼파에 앉아 유리를 통해 밖의 정원과 먼 경치가 어울러지는 경관을 보는데 방해하지 않는 정도로 간단한 일이다.
이 간단하고 단순한 일이 반복되면 지루함과 권태에 빠져 기계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여 나는 결심했다. 새벽이 깨어나는 시간 이 창 너머 경치를 순.수.하.게. 한번 바라보겠다. 이걸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어느 날엔가 유리창에 난 손자국을 바라보았다. 그 자국은 작았고 내가 무릎을 굽혀 앉았을 때 눈높이에 찍혀 있었다. 세살배기 아이가 아니었을까. 아니 두 살이었나. 바깥 경치에 이끌러 다가가고자 유리창 담벼락에 손을 기대고 바라보지 않았을까. 그 순간 유리창을 닦는 건 내 일이 아니었고, 어떤 현실적 매개를 찾을 수 없는 순수함에 닿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