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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May 31. 2022

상속세율 완화는 꼭 필요한가?

상속세율의 정상화


상속세란 피상속인이 사망할 시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재산에 대해 과세표준 하여 조세하는 제도이다. 이는 부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재분배를 하기 위해 도입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가의 상속세가 11조 원이 확정되면서 현행 상속세에 대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이렇게 높은 상속세율, 과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먼저 현행 상속세는 부부를 하나의 경제단위로 본다. 따라서 배우자가 존재하면 10억 이상의 재산 상속 시 상속세를 부과한다. 또한 과세표준이 30억 이상일 경우 50%의 고세율을 적용한다. 상속세는 1060년대 90%로 시작하여 현재 50%까지 중간에 몇 번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고세율이 적용되어왔다. 이는 국내 재벌들이 초헌법적 조치를 받아 성장한 것에 따른 사회 환원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현행 상속세율 유지에 찬성하는 측은 징수실적이 1년에 약 2조 원에 불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대다수 국민은 각종 공제 혜택으로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없어 내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DNA가 같다는 이유로 충분한 준비 없이 기업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합리성과 효율성에 기초한 시장경제논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고세율 적용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나타났다. 먼저 경영권 유지와 상속세 납부를 같이 하기 어려워 경영권을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경쟁력 있는 중소, 중견기업의 해체는 기업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고용 불안정 등의 사회문제 발생시킨다. 또한 내부거래 등 기업의 불법행위를 조장한다. 즉,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변호사, 회계사들에게 많은 돈을 들여 자문을 하고 복잡한 절세 대책을 강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돈이 많은 대기업의 경우 대형 로펌을 고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높은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을 매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OECD 국가들은 상속세율이 낮을까?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은 상속을 노력 없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경제성장에 관점에서 바라본다. 따라서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그들도 상속세 부과가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없는 국가도 존재한다. 이들은 높은 소득세로 조세 형평성을 맞추는데 오스트리아의 경우 소득세가 55%에 달한다. 물론 각각 과세율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따로 비교하는 건 무리지만 조세 형평성을 고려해도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소득세와 상속세를 더하면 무려 105%에 달한다. 이렇게 재산 형성을 하면서 높은 소득세를 납부했음에도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은 이중과세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호주와 뉴질랜드, 스웨덴마저 상속세를 폐지할 뿐만 아니라 법인세, 소득세 등 세금을 줄이고 있다. 조세부담이 적어야 투자를 촉진할 수 있고 기업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자들은 세금이 적은 나라로 국적을 옮기기도 한다. 세수 확보를 위해 세금을 올리다가 오히려 기존에 있던 세금과 기업을 놓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재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인상하려 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현행 상속세율이 정해진 것은 20년 전이다. 이때는 가게 재산 파악이 어려워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는 재산 파악이 용이한 만큼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초 공제, 인적 공제 등 각종 인위적 공제 혜택이 많아 상속세의 실효세율이 떨어진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결과 15년 30%에서 18년 28%로 실효세율이 감소하였다. 특히 상속 재산 상위 10%의 실효세율은 16%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상속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삼성의 상속세를 없애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정치권에서는 상속세율 완화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삼성그룹 상속세 논란 이후 법 개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상속세율 인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고 본다. 상속세율 완화가 조세개혁 차원에서 후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상속세율 인하는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부의 대물림이 아닌, 기업의 근간,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속세 완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상속세율 완화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세수 확보와 국민 정서 등 세율 완화에 앞서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먼저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절차로 CEO를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상속세를 폐지할만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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