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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Jun 02. 2024

뭐가 됐든 행복하면 됐지

서른 즈음에서의 회고

'나는 2학년 차노을! 차미반의 친구!'


세상 무해한 가사를 읊는 9살 아이의 목소리가 연일 귓가를 맴돈다. 아버지와 함께 만든 장기자랑 영상 덕분인 걸까. 친구 사귀는 것이 두려웠던 아이는 이제 여자친구가 있다고 아버지에게 자랑을 한다.


20살 무렵의 나도 노을이처럼 세상에 나서는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 부르면 얼굴이 빨개졌고, 발표를 할 때면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다. 물론 공부도 잘 못했고. 다행히 노을이의 아버지처럼 좋은 분들과 좋은 책을 만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졸업 후 은행원이 되었지만, 내가 꿈꾸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려 날개를 굽힌 채 둥지 안에 갇혀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 '보좌관'을 보다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다던, 어렸을 적 유치했던 꿈이 문득 떠올랐다. 드라마의 폐해로 인해 어느새 나는 국회의원 비서관이 되어 삼시 세끼를 사무실에서 해결하며 일하고 있었다.


며칠 전, 21대 국회가 마무리되었다. 학연, 지연 없는 보통 사람에게는 과분한 경험이었다. 최고의 복지는 훌륭한 동료라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다. 밤공기를 마시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도 이제는 추억으로 미화되고 있다. 딱 한 번의 기회를 간절히 바랐던 그때의 초심만 그대로 두고 있다.


지금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부트캠프에서 AI를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섯 번 정도는 망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진짜 그런 상황이 닥치면 꽤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 뭐가 됐든 행복하면 됐지. 꿈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서른 살의 나는 아홉 살 차노을처럼 살 예정이다.


HAPPY(prod.hedyy) _차노을

https://www.youtube.com/watch?v=LFINgZRdf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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