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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May 13. 2022

공매도는 과연 개미지옥일까?

공매도란 일반적으로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타인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등 여러 대외적인 변수로 인해 변동성 완화를 목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매도 금지와 해제 조치를 반복적으로 시행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사태로 인한 주가급락으로 공매도를 1년 넘게 금지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 금지 청원이 올라왔다. 또한 SNS를 중심으로 국내 공매도 관련 제도에 대한 많은 비판과 의문이 제기되었다. 즉,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문제제기인데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시시비비가 존재한다. 과연 공매도 금지 연장이 개미지옥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공매도를 비판하기 전에, 우리는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공매도는 먼저 주가버블을 방지한다. 기업의 부정적 재무정보(가격하락요인)를 적시에 주가에 반영하여 주가하락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공매도 투자자는 정보를 거래하는 사람으로서, 부정적 정보가 가격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하락장에서 헷징을 포함한 위험관리기법을 제공하고 주식가격 상승을 위한 작전세력의 불법행위 억제 등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히 자본 형성측면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공매도의 순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공매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주가하락을 가속화하고 가격변동을 확대하며, 시세조종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불안기에는 공매도가 불안정성을 증폭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공매도 프로세스의 핵심은 증권사의 주식차입 관리인데, 시스템상 오류 또는 수기 입력상의 실수로 증권의 차입 여부가 잘못 기록된 경우 직원 과실에 의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의 경우 차입담당자의 실수로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했으며 삼성증권의 유령주 매도 사태로 일반투자자들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의심을 야기하였다. 또한 대주거래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데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자본시장이 빨리 형성된 서구국가에서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대부분 국가들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고는 있으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는 반면, 차입 공매도는 필요 불가결한 경우에 국한하여 업종 전체가 아닌 개별 종목에 대해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금지하고 있다. 대신 공매도 포지션 공시제도를 강화하여 감독 당국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게도 투자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매도 폐지가 답인가?


2014년 발간된 KDI리포트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조치가 시장의 변동성을 축소시킨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즉, 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자 시행된 공매도 금지조치는 시장의 변동성을 축소시키지 못한 것이다.


또한 KCGS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이 낮고 회계 정보가 불투명할수록 공매도가 주가급락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공매도로 피해보는 기업이 애초에 버블이 많이 낀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공매도가 기업의 부정적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제는 선진국에 비해 직접규제의 강도가 높은 방향으로 5년간 이루어져 왔다.


자본시장 연구원의 보고서에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 도입 이후, 코스피에서 주가하락가속화를 방지를 일부 달성했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효과가 미비했다고 한다. 오히려 과열 종목 도입 이전에 비해 공매도는 감소하지 않았으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지속되는 등 자본 유출이 발생하게 되었다.


많은 일반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는 것은 불법 공매도와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규제와 징계가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매도 자체는 가격발견 및 유동성 공급기능과 같이 유의미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위 연구사례들을 볼때도 공매도에 대한 전면적 규제가 공매도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가 아닌,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하고 관련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지정종목의 공매도 과열 원인을 규명하여 부당한 거래행위로 판단될 경우, 구체적 방지책을 마련하는 식으로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가올 윤석열 정부에서도 개인의 공매도 주식 담보배율을 기관·외국인(105%)기준으로 인하하고,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 등 현행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들로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면, 공매도는 더이상 개미지옥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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