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읽고
당신은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바로 대답이 나왔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선을 긋고 싶어하는 존재이다. 아니면 이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졌는가. 그렇다면 잠시 생각해보자. 이런 구분이 과연 작금의 현실에서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념은 원래 진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념을 스스로 만들지 않고 수입해서 쓴다는 데 있다. 주자학부터 신자유주의까지, 다른 곳의 현실에서 만들어진 사상을 진리처럼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우리의 현실을 재단하려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당신 생각의 주인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판단부터 내린다. 그 판단의 기준은 당신이 내면화한 이념이나 신념, 가치관이다. 색안경을 낀 채 세상을 바라보면, 그 세상은 한 가지 색으로만 보이지 않겠는가.
진정한 주체는 이념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념을 도구로 사용한다. 이념을 만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구체적 현실에서 그것을 만들었기에, 현실이 변하면 이념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념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타협하지 않는다. 구체적 현실을 이념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경직된 이념은 자아를 억압하고, 극단적인 광기와 폭력을 부른다. 따라서 우리는 이념에서 벗어나 독립적 주체로 서야 한다. 진보나 보수라는 정치적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당신이 스스로를 진보 혹은 보수라고 말할 때, 그것이 진정 당신의 생각인가? 아니면 당신이라는 존재를 이념과 사상으로 대체한 것인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나'를 가두는 우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힘은 진영에 속하지 않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독립적 주체가 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다시 묻겠다.
당신은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진정 당신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