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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훈 Aug 13. 2023

이름에게

이 계절을 기다리다 울어대는 쓰르라미를 보면 나도 누군가를 불러보고픈지

체온에 가까이 올라가는 날씨에 누군가의 살갗이 떠오르는 건지

여름은 좋을 게 없음이 틀림없다가도 그 끝에 다가와서야

계절을 추억해 보면 어느 계절보다 아련하게 남아.


사람마다 다르겠다마는 나에게 여름은

하나 둘 쌓여가던 편지가 더는 참지 못해 터져 나온 우체통처럼

밀린 연락들이 닿는 계절이더라.


반가운 얼굴들이 부르는 내 이름에 담긴 제각각의 감정을 읽다 보면,

내 이름이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은 아니었구나 싶어.


이름의 어원이 참 재밌어.

'일컫다'의 옛말인 '잃다'에서 비롯되었는데,

지금의 우리가 '잃다'는 말을 어떤 의미로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 아이러니가 제법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


하나 둘 가진 것을 내려놓다 보면 마지막에 들고 있는 것은 이름이 아니겠어

소중한 게 참 많지만 이름이 없어서야 몸도 마음도 구름과 다름이 없을 테니까.


그렇게도 소중한 이름인데,

지금 내 이름은 그렇게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있어

어렸을 때 불리었던 내 이름은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무언가였는데 말이야

지금은 그저 수단과 역할 그 사이의 무언가일 뿐은 아닌가 해.


그래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 세 글자에 섬세한 감정선이 보일 때면

이루어 말하기 힘든 울림이 들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래.

삶에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것도,

조금 잘못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도

내겐 돌아올 이름이 있기 때문인 거지.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거지.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존재들아.

내가 네 이름을 기억해.

긴 문장에는 쉼표가 필요한 것처럼,

잠시 여행을 떠나도 돌아올 이름이 있음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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