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국회의원이 갑질로 장관직에서 사실상 낙마하면서 사회가 떠들썩해졌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몰랐겠지만, 사실 21대 국회부터 ‘그 의원’에 대한 악명은 높았다. 보좌진 수십명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직원들을 향한 고함과 언어폭력 등이 화두에 오르곤 했었다.
국회의원들이 보좌진에게 자기 집 쓰레기를 치우게 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꼭 식빵과 계란후라이를 아침으로 먹는 영감(국회의원)을 위해 매일 사무실에서 아침밥을 차렸다는 얘기, 개인 이삿짐 나르기에 보좌진들을 동원하고, 심지어 본인이 키우는 개 밥 좀 챙겨주고 오라는 지시를 했다는 말도 들었다. 나 또한 5년간 국회 보좌진으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갑질 아닌 갑질을 목격하고 당하기도 했다. 일명 당직자 ‘조인트’를 깠다는 논란이 있는 원내대표를 포함해, 이번 사태를 비판한 많은 의원들조차도 갑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많은 보좌진들이 공감할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일종의 '스타병'처럼, '국회병'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선거에서 당선되면 본인들이 곧 국회, 입법기관 그 자체가 된다. 본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의정활동이며, 그렇기에 이삿짐 옮기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도 다 공무로 둔갑 된다. (실제 본인은 1분 1초가 아까운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라며 보좌진을 들들 볶는 사람도 봤다)
물론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보좌진의 특성상, 어느 정도 고생과 수난은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권위주의적 문화, 낮은 처우, 그리고 이른바 ‘을 중의 을’로서의 지위 때문에, 이미 많은 유능한 보좌진들이 국회를 떠나고 있다. 별정직이라는 이름 아래 고통은 당연시되고, 인내는 미덕이 된다. 그렇게 수많은 인재들이 정치의 가능성에 기대어 국회 문을 두드리지만, 이내 실망하고 떠난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입법은 부실해지고, 정책은 형식만 남는다. 결국 무너지는 건 국회의 품격이고,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국회는 보좌진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주인’이 아니라 ‘대표’임을, 그리고 정치는 함께 일하는 이들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이제는 정말 그들이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