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plugin의 미래
3월 23일 Open AI에서 ChatGPT plugin을 발표하였습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서 구축한 LLM 위에 이제 개인 혹은 기업이 다양한 서비스를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치 아이폰에서 앱스토어,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이 탄생한 것처럼 ChatGPT plugin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Open AI의 움직임입니다.
지난 2개월 간 수많은 서비스를 만들어낸 ChatGPT API와 이번에 발표한 ChatGPT plugin은 기술적으로 느낌은 비슷하지만,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ChatGPT plugin은 현시점 약 1억명이 입장되어 있는 채팅방에 자신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API로 제작한 서비스와는 기본적으로 규모의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자연어로 plugin 형태의 여러 서비스를 연계하여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유저 시나리오에 따라서 서비스를 설계하고 직접 코드를 작성했다면, 이제는 plugin만 제공하면 유저가 자연어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여 원하는대로 기능을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낯선 ChatGPT plugin에서 낯익은 앱스토어 출시 당시의 향기를 느낍니다. ChatGPT plugin이 그리는 미래의 핵심은 고객의 시간을 모으는 것입니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며 소비했던 시간이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모인 것처럼, 여러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을 오가며 소비했던 시간을 ChatGPT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이 접근성의 혁신으로 고객의 시간을 모았다면, ChatGPT는 스마트폰으로 인한 검색과정의 비효율을 혁신하고자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앱스토어와 같이 ChatGPT plugin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2008년과 달리 지금은 모든 기업이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영유하고 있으며 뛰어난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앱스토어에서 지속적으로 고객과 상호작용하며 이미 신뢰도를 쌓은 서비스가 ChatGPT plugin에서 또 다시 고객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plugin을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모방하여 선점효과를 노릴 수도 있지만, 기존 플레이어가 똑같이 적용할 수 있으므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결국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참여자라면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기존의 버티컬 서비스가 모두 ChatGPT plugin에 들어서기 시작한다면, 모든 유저가 ChatGPT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들과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집니다. 미래는 이미 와있지만, 다행히 널리 퍼져있지는 않습니다. 진입장벽보다는 선점효과를 누리고 싶다면 개발자, 기업가, 투자자 등을 타겟하면 됩니다. 반대로 신뢰도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싶다면 ChatGPT의 미래가 아직 도달하지 않은 고객을 노리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기존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AI전환을 가속화하여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hatGPT plugin에서 콘텐츠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ChatGPT는 기본적으로 논리적인 시스템으로 목적성이 있는 소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소비가 목적성을 띄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콘텐츠입니다. 고객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고 궁금증을 해소할지 기대하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콘텐츠는 소비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콘텐츠를 소비하기 전까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ChatGPT는 놀라운 output은 쉽게 만들어내지만, 고객에게 input을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고객의 욕망과 감정을 건드리는 콘텐츠는 여전히 높은 가치가 있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현재 Generative AI로 인한 콘텐츠 미디어의 혁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콘텐츠 비즈니스는 데스밸리가 매우 길었던 사업형태였습니다. 왜냐하면 콘텐츠를 제작하고 미디어를 브랜딩하기 까지 시간이 오래걸려 프로덕트의 가치를 쌓아가는데 충분한 자원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이제 양질의 콘텐츠를 찍어내듯이 만들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큐레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 페르소나와 시나리오에 딱 맞는 콘텐츠를 생성하여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ChatGPT에 모든 유저의 페르소나와 시나리오가 모이게 된다면, 과연 콘텐츠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과정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매우 궁금합니다.
무엇이 됐던 간에 지금 어딘가에 정착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습니다. 미래는 격변하고 있으며, Generative AI는 태동기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열리는 시장과 기존 시장의 AI 대전환에 있어서 중심에 ChatGPT가 있을지, 무엇이 있을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고, 시장변화의 속도에 맞춰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의 모든 룰을 파괴하는 disruption의 대상에는 disruption을 일으키고자 하는 본인 또한 포함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