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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무 Apr 10. 2024

창(創)업, 9번의 실패

반성하며 보낸 2024년의 1분기

어느덧 창업을 한지 딱 1년 반이 됐습니다. 작년에 저희는 9개가 넘는 “AI 기반” 프로덕트를 만들었고,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럴듯한 가설을 세우고, 2-3주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출시했지만, 대부분 유저반응은 미적지근해서 다음 아이템으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좋게 포장해서 피봇이지만, 저는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1년동안 정말 많이 늘었던 메이킹 역량


실패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시장과 문제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에서 솔루션을 만들고, 첫번째 솔루션에 대한 초기 유저반응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문제를 찾아 나섰습니다.


솔루션을 검증하기 전에 시장과 문제를 검증했더라면, 아무리 실패하더라도 확신을 갖고 계속 나아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과 문제에 대한 확신이 부재하다보니 방향성은 계속해서 바뀌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원래 창업은 어려운 일이고, 운이 꼭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실패하는 것은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 1년을 돌이켜봤을 때, 대표로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뼈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성장이 아쉬운만큼 조금씩 제가 사랑하는 일과 멀어지는듯한 기분이 든다는게 싫었습니다.


올해 1분기는 저에게 반성의 시간이였습니다. 결국 회사의 본질은 경영인데, 창(創)업이라는 낭만적인 단어에 현혹되어 정말 많은 실수를 범했습니다. 실행력만큼은 빠르다며 자만했지만, 저를 포함하여 단 한명의 유저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지금의 저는 가장 멍청할 때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실수를 남발했는데, 더 똑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삽질로 팀의 메이킹 역량은 정말 많이 늘었기 때문에 이제 저만 잘하면 됩니다. 


앞으로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명확한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인공지능 역량을 쌓으면서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아직은 거지 같은 하루를 보낼 때가 많지만, 계속 똑똑해지며 하다보면 결국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운이 따르면 일찍 되고, 따르지 않으면 조금 더 걸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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