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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무 Feb 06. 2023

20대가 유리한 창업

흔들리지 않는 비전 

벌써 2월입니다. 만들어가는 성과에 비해 시간은 야속하게 빠른 것 같습니다. 굉장히 바쁘게 2023년을 시작한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도 있지만, 성장은 항상 고통을 동반하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1월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석증을 앓게 되면서 업무흐름이 끊길 때가 종종 있어 답답하네요. 아무래도 불안과 기대를 다스리는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설검증, 시장조사 등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무엇보다 최근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팀빌딩을 위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지난 50일동안 총 53명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모든 대화가 목적성이 뚜렷하거나 직접적인 가치로 이어진 것은 아니였지만, 저의 현재 모습과 생각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과 언젠가 타이밍이 맞아 커다란 변화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4050에 대한 비전입니다. 특별히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니 제가 가진 X세대에 대한 비전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는, 혹은 없는 사람들의 말에 쉽게 현혹되고, 직접 만든 비전임에도 불구하고 울곧게 따르기가 어려웠습니다. 비전을 세우기 위해 나름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찾은 원인은 해당 분야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러시치와 인터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영감으로 세운 비전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직접 목격한 가치가 없다보니 확신을 가지기가 어려웠고, 지금 계획하는 일에 대해 기대감보다 의구심이 많아 나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검증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증이 되지 않더라도 비전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저의 관점이 어쩌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과 계획을 멈추고 무엇이든 검증부터 하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제가 어떤 미래를 예측하더라도 그것을 뒤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팀원도, 투자자도, 스스로도 설득이 어려우니까요. 다양한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활용해서 웹사이트를 간단하게 만들어보고, 커뮤니티도 운영해봤습니다. 


잘 안됐습니다.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비전없이 검증부터 하다보니 다음과정을 해야 하는 이유를 내부적으로 찾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성과가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형편없이 만든 초기 제품으로 폭발적인 정량적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에 가깝습니다. 빠르게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만들고 약간의 정성적인 반응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초기 창업팀이 가져야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없이, 설령 있더라도 그것이 쉽게 흔들린다면 시작부터 끝까지 막연함이 가득할 뿐입니다.


딜레마가 따로 없습니다. 어떠한 기대감 없이 검증부터 하기에는 기약 없는 몸부림에 가까워 팀이 버티지 못할게 뻔합니다. 대표로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결말입니다. 하지만 20대로서 어떤 미래를 예측하고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갖기에는 경험이 너무 없으며 경쟁자는 크게만 보일 뿐입니다. 어쩌면 창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저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과의 인연을 무책임하게 끊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답을 스스로 찾아낼 정도로 명석하진 않지만, 다행히 제가 뛰어넘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주변에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구한 가장 와닿았던 조언은 20대로서 유리한 창업을 하라는 것과 새롭게 열리는 시장은 항상 20대가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마치 네이버, NHN과 같은 회사를 만든 창업주들이 그 때 20대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전에도 분명 들었던 조언이었지만, 그 때는 참고해볼만한 의견에 불과했고, 몸으로 고생한 지금에서야 가르침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창업부터 하고 싶은 20대가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서 미래를 예측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약하고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비전입니다. 운좋게 처음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누구도 운 나쁘게 실패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는 20대가 유리한 창업을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리스크가 많은 창의적인 시도를 해볼만큼 더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는 기존에 정의한 문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이 느리다고 자동차를 원하지 않았으며, 지인의 소식을 매일 접하고 싶어 인스타그램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토스 이전에 금융은 보안이 중요한 만큼 느린 것이 당연했습니다. 이처럼 혁신적인 솔루션은 중독성이 높은 사탕에 가깝고, 유저의 사고를 앞서가며 기존 시나리오를 부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4년간 저는 아이디어로 창업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6살의 제가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역량과 팀을 보유한 지금이라면 20대가 가장 유리한 창업을 할 수 있습니다. 


"You need to move this week, this month – not in the next 6 months or the next 3 years."


그렇다면 새롭게 열리는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요? 최근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누구나 아는 시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경제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반년만에 거품이 끼고 있으며, Open AI에서 2023년 상반기 GPT4를 예고한 만큼 당분간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 인공지능 분야를 잠시 보류했던게 민망할 정도로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20대에 20대가 더 유리한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타이밍입니다. 1996년 닷컴버블 때 저는 갓난아기였고, 2010년 모바일 전환 때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Generative AI를 앞세워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신기루일지도 모르고, 거품이 분명합니다. 실패하면 아쉬울 것 같지만, 안하면 후회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저희가 보고 있는 기회는 최근 인공지능에서의 놀라울만한 변화가 1) 아직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았다는 점과 2) 아직 모바일로 넘어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희 팀이 가지는 장점은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 팀은 구성원 3명이 10년 넘게 해외생활을 했던 만큼 글로벌 역량이 뛰어납니다. 또 제품중심의 모바일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동창업자인 창현님은 삼성SDS 출신 NLP 개발자로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창의적으로, 논리적으로 다작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으며, 이제 사람들이 열광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달릴 것입니다.


다시 기대감을 가지고 창업에 임하고 있지만, 나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리셋되는 기분입니다. 그동안 압박감을 동력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였지만, 우선은 이석증부터 얼른 나아야겠습니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면 책임져야 하는 일도 오래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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