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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꽃신내꽃신 Dec 26. 2023

당신의 목롯집에선 오늘 어떤 술 여행을?

 술을 안 마시면 큰일이라고 김수영 시인은 말했으니

  혁명 후의 우리 사회의 문학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 술을 훨씬 안 먹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것으로 그 이상의, 혹은 그와 동등한 좋은 일을 한다면 별일 아니지만, 그렇지 않고 술을 안 마신다면 큰일입니다. 밀턴은 서사시를 쓰려면 술 대신에 물을 마시라고 했지만, 서사시를 못 쓰는 나로서는,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랑을 마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였습니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또 혁명의 시대일수록 나는 문학하는 젊은이들이 술을 더 마시기를 권장합니다. 뒷골목의 구질구레한 목롯집에서 값싼 술을 마시면서 문학과 세상을 논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 않는 나라는 결코 건전한 나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 - 김수영 시인의 1963년 2월 산문 <요즈음 느끼는 일> 부분


   1960년의 4.19혁명과 1961년의 5.16 군사정변을 연이어 목도한 문학하는 젊은이들은, 뒷골목의 구질구레한 목롯집에서 싸구려 술도 안 마시고 문학과 세상도 논하지 않고 사랑도 마시지 않고... 그날의 아름다운 당신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헤매고 있었나. 오늘밤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사랑, 의 술을 마시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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