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판결을 받은 예수, 골고다로 끌려다 최후를 맞이하다.
본디오 빌라도는 병사들을 시켜 예수를 예루살렘 외곽의 골고다라는 곳으로 끌고 간다.
아람어로 해골이란 뜻을 지닌 곳이다. 이곳은 도시에 접어드는 입구로 언덕에 위치하였는데, 일반 시민들이 오가며 처형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다. 로마제국에 도전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똑똑히 느낄 수 있는 무서운 곳이었다.
골고다 언덕까지는 나무 십자가를 지고 가게 되어 있었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십자가형은 로마제국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처형 방법 중 하나다. 공개적인 굴욕과 수치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온 사지가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서서히 찾아온다.
십자가형을 받은 사람은 직접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 예수는 그렇게 무거운 나무 기둥을 지고 한걸음 한걸음 길을 걷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나무 무게는 이미 탈진과 구타로 인해 몸이 성할 곳이 없던 예수를 짓눌렀다. 그렇게 예수는 쓰러졌다. 로마 군인은 구레네 출신 시몬을 붙잡았다.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려던 참이었다. 그에게 대신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게 하였다.
골고다에 도착한 예수에게 로마 병사는 쓸개즙을 탄 포도주를 주었다. 일종의 진통제였다. 하지만 예수는 마시지 않았다. 그의 고통이 다른 죄수들보다 생생하였으리라. 병사들은 그런 뒤 예수를 십자가에 눕혀 양팔을 위에 고정시켰다. 거대한 쇠못이 예수의 두 팔과 발목을 관통하였다. "그들이 그를 찌른 바 그를 바라보고." (슥 12:10) 이때 시각이 오전 9시였다.
예수의 십자가에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라는 명패가 달렸다. Jesus Nazarenus Rex Iudaeorum.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에게 왜 예수가 십자가 형벌을 받는지를 알려주는 명패를 붙이라고 명령하였기 때문이다. 하나 둘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소리쳤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마27:40) 사람들의 외침과 조롱 속에서 예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예수의 주변으로는 어머니 마리아와 그의 제자들도 함께 하였다.
십자가에는 양 옆으로 두 명의 강도와 반로마제국 선동자가 함께 처형을 받았다. 한 강도가 예수에게 말했다. 네가 그리스도라면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며. 다른 강도가 그를 꾸짖는다. 이 사람이 행한 일은 옳지 않은 것이 없다며. 그리고 예수에게 직접 말한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눅 23:38~42)
두 번째 강도는 예수가 메시아임을 알아차렸다. 그가 영생과 안식과 부활의 권능을 지니시는 분임을 또한 알았다. 예수는 답한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
정오가 되었다. 해가 가장 높이 뜰 시각.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이 어둠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3시, 예수는 아람어로 크게 외친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마27:46)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뜻이다. 예수는 온몸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또 처절히 자신이 버림받았음을 깨달았다. 제자 유다에게 버림받고 베드로에게 부인당하였으며, 세상의 모든 죄가 자신에게 짊어졌다. 하지만 결코 예수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소리친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눅 23:46)
그리고 숨을 거두었다.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니라." (마 27:50)
예수가 죽던 순간 땅에는 지진이 임했다. 죽은 자들 중 일부가 다시 살아나기도 하였다. 예루살렘 성전에선 성소와 휘장이 둘로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