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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여자 Feb 03. 2024

이혼이야!

행복해지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불행해진다

 이혼이야!


그는 내게 선언을 했다.

나는 움찔했다 그리고 서러움이 서서히 밀려왔다.


나는 너무 힘들었다. 내가 바랐던 말은 이게 아니었다.

내가 바랐던 모습은 분명히 있었다.

나의 눈을 바라보고 말없이 나를 안아주기를 바랐다. 등을 쓰다듬어 주거나 토닥여 주기를 바랐다.

현실은 상상하지도 않았던 말과 눈빛 그리고 행동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혼이야!

이혼이야!

이혼이야!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내 지를 수 있는 말이 없었다.

.


.



.





.



그럼... 우리 기한을 정해놓으면 어떨까?

끝도 없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기분이야. 그 끝은 허망할 것만 같아(이 말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느낌은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나는 상상도 한적 없는 말이 튀어나왔겠지...)



될 때까 지지!


이 말은 이혼하자는 말보다 더 잔인하게 들렸다

소금물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들이킬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지금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이 기분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글을 쓰는 이 순간, 나를 참으로 무기력하게 만든다.

숨이 막힌다

캄캄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그는 아이가 없다면 나와 살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고

명료하게

그리고

강인하게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나는 아이가 나의 삶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함께 살고 싶다는 사람이 강렬하게 원해서일까?

그냥 존재만으로 축복받을 존재를

나는 물음표를 달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싫기만 하다


내가 걸어온 길이

결국엔 이혼인 건가?


행복하고 싶어서  

애를 쓰고 또 쓰고 하고 있는 건데

애를 쓰면 쓸수록

더 불행해져만 간다


소금물 그만 먹고 싶다

달리기 그만하고 싶다

그를 미워하는 거 그만하고 싶다


빛이 없는

바닷속으로

속으로

속으로


나는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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