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마르를 보고
높은 장벽이 있다. 한 젊은 청년이 밧줄을 타고 이 높은 장벽을 넘어간다.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고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애틋한 정을 나누고 돌아간다.
웬 뜬금없는 장벽인가? 이게 무슨 상황일까? 영화의 첫 장면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같이 눈치가 없는 사람은 더욱이 영화의 첫 장면에 어쩔 줄 모른다. 영화 오마르는 이렇게 시작한다.
동네 도서관에서 들렀는데 관심을 끄는 DVD가 보였다. 얼핏 보니 팔레스타인 지역에 사는 젊은 청년의 이야기. 최근 한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비참한 전쟁이 우리 모두의 관심을 끌었기에 이 DVD를 집어 들었다.
그들이 떠받들고 있는 구세주도 알라신도 해결 못하는 숙명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그 사람들에 대하여 알량한 연민을 가졌기 때문에 이 DVD를 집어 들었는지도 모른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오랜 분쟁은 해법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는 처음 접한다. 영화감독은 과연 이러한 분쟁에 대하여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였을까.
얼마 전 하마스의 기습침공으로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납치해 간 후 이스라엘은 이에 대하여 계속된 보복을 하고 있다. 기습침공을 한 하마스가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는 이스라엘 편만은 아니다. 그 정도면 되었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최근에 가까스로 서로 휴전에 합의한 상태이다.
팔레스타인 땅이 누구의 것인지에 대하여 수 천 년 전 성서의 구약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헷갈리기도 한다. 그 땅의 임자가 누구고 누가 남의 땅을 빼앗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폭격으로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죽은 아이를 안고 울부짖는 팔레스타인 여인을 보면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중 누가 악이고 선인지 판단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다.
영화감독은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사람인 하니 아무 아시드. 처음 듣는 감독 이름이다. 영화에 대하여 문외한 내가 그의 이름을 알리가 없다. 그 영화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장면이 모두 밀도 있게 진행된다. 장면 하나하나 긴장된 상황이 지속된다. 모든 스토리의 진행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진행을 하기 때문에 나같이 이해력이 둔한 사람은 여차하면 중간에 이해가 끊겨버린다. 그러면 리모컨을 눌러 이전 화면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자세히 살펴봐야 스토리가 연결된다. 처음에는 그냥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비극을 다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주 훌륭했다. 비록 아카데미 상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몇 개의 영화제에서 초청될 만 했다.
주인공 오마르, 타렉, 암자드 세명은 친한 친구이면서 팔레스타인계 저항 세력의 대원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자 나디아는 타렉의 여동생이다. 오마르와 나디아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평생 같이하기로 하였다. 3인의 대원은 어느 날 이스라엘 군인을 사살한다. 실제 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암자드였다. 이스라엘군은 체포한 오마르에게 범인을 잡는데 도와달라며 풀어준다. 이스라엘군은 타렉이 총을 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마르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면서 이스라엘의 첩자인 상태. 암자드의 교활한 배신과 거짓말로 모든 것이 파탄으로 몰아간다. 나디아를 좋아하는 암자드는 자기가 나디아를 임신시켰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과정에서 오마르가 느끼는 인간적인 갈등, 나디아를 좋아하면서 결국 암자드에 빼앗기고 마는 절망감. 그는 사랑했던 나디아가 암자드와 두 아이를 낳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을 체념하게 된다. 그는 나디아와 결혼하면 쓰려고 모아둔 돈을 암자드에게 넘겨준다. 오마르는 교활한 암자드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겼지만 그 여자의 행복을 위하여 어려운 양보를 한다. 결국 오마르는 모든 것에 절망하고 자기를 이중첩자로 부려먹은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총구를 겨누면서 영화는 결말을 낸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랑, 욕망, 갈등을 느끼며 일상을 살아가도 있다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이들을 모두 비극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는 이 영화감독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름 내린 결론은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행태로 인하여 평범하게 살아가는 싶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생이 비극적인 결말로 이른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영화감독은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그는 국적은 이스라엘이지만 그의 뿌리는 팔레스타인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유대인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오마르가 나디아를 만나기 위하여 분리장벽을 넘으며 왔다 갔다 했듯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배경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적인 상황이 한 개인의 사랑하는 여자와 평범하게 살아가고픈 소망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있을 지모른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면서 이런 영화를 자꾸 제작하려 하는지 모른다.
오마르를 연기한 남자 주인공의 슬픈 눈빛이 나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총구를 겨누는 장면은 곧 이스라엘에 대한 총구일 수도 있고 이처럼 부조리한 세상을 만든 온 세계인들에 대한 총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가 제작한 다른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