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9' [.]배우

나를 보고 있는 나

by DHeath

출근 준비를 할 때면 TV에서는 어김없이 <인간극장>이 방영된다. 매주 다른 배우들의 다른 특별한 삶이 올라가는 무대를 엿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인데, 삶의 시퀀스를 매소드연기 중인 배우들 가운데 내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씩 떠올린다.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인사를 한꺼번에 하던 트루먼처럼 나도 어떤 리얼리티쇼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고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생중계되기엔 너무 부끄러운 역사가 많았으므로(그걸 즐겁게 봐줄 방청객도 없거니와) 망상은 이내 그쳤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코스믹호러 장르를 감상하거나, 아름답게만 보던 하늘 같은 거대한 자연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때 나는 종종 무기력해지기도 했는데, 인생이 한 막의 연극이라면 알량한 개인의 공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관성적으로든, 의도적으로든 살아가는/역할에 미쳐 연기하는 수많은 '나'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퍽 볼만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세계에 존재하는 배우이자 동시에 다른 배우를 지켜보는 관객이므로 조금 특별한 무대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일까.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이어진 에이리언의 서사에서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바글거리고 있는 수많은 피조물을 지켜보고 있는 신은 어떤 기분일까. 아마 배를 잡고 뒤집어져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