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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Apr 20. 2022

집착

집중과 집착

 오늘은 나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마침 오늘 아침 명상의 키워드는 '즐거움'이었다.

 "혹시 즐거움에 집착하고 계신 건 아닌가요?"

 "세상 사는 게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잖아요. 즐거움만 좇아가지고는 험한 세상 살아남기 힘들죠."


 다행히 지금까지 즐거움을 따르겠다는 나의 의지를 좌절시킨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초심자의 운 덕분일 수도 있고, 아직 안락 지대를 벗어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자랑을 하자면 부정적 감정보다 긍정적 감정에, 단점보다는 장점에, 위기보다는 기회와 계기에 집중하는 습관이 생겨서일 수도 있다.


 놀고먹는 백수도 24시간, 365일 즐거움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아침에 '즐겁게 살아야지' 다짐하다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가끔 불안할 때가 있고, 공연 준비가 한없이 미뤄지거나, 노래 연습이 잘 되지 않거나, 오늘처럼 일기가 잘 써지지 않는 날은 불안하고, 피곤하고, 지친다. 그때는 에너지를 충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즐거움으로 기존의 즐거움을 되살리기도 한다.


 진부한 이야기를 반복하자면, 이런 날들을 마침내 보냈다는 뿌듯함, 새로운 즐거움과 쓸모를 발견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마침내 터져 나오는 즐거움이 그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이런 짓'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준비생이었을 땐 지금보다 에너지를 덜 사용했음에도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때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요즘은 새로움을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을 더 자주 느끼지만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이 나에게 힘을 준다.


 만사가 즐거울 수는 없지만 즐거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은 여전히 뚜렷하다.

 세상일이 항상 즐거울 수 없다는 이유로 고통을 추구할 수는 없으니까.

 혹시라도 사람들이 멀리하는 것들을 나는 즐길 수도 있으니까.

 내가 멀리하는 것들을 사람들은 즐길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즐겁지가 않으면 움직여지지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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