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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뮹재 May 07. 2022

[대구 중구] 부산안면옥

대구 평양냉면 맛집


대구월드컵경기장공원 벚꽃

 

 한가로운 주말.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무례한 날씨였다. 미세먼지도가 없고 일조량도 많은 따뜻한 날씨가 실외활동하기엔 아주 좋았다. 그래서 가볍게 등산이나 하고자 마음을 먹고 얼른 채비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에 주차를 하고  뒷산을 올라가려고 했는데, 공원에 벚꽃이 어찌나 만개해있던지 그냥 지나칠  없어 공원으로 들어갔다. ​


 필자는 반려견을 데리고 나왔는데 그날따라 공원에 나온 사람들이 저마다 반려견을 동반해서 나와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확실히 요근래 느끼는 것이 날이 가면 갈수록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부쩍 증가하는 것을 체감한다. ​


 그렇게 벚꽃을 감상하였지만 한가로이 꽃구경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단단히 먹고 오르막길을 한걸음 두걸음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 부근까지 오르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완만해서 40-50 만에 올랐고 지치지 않아서 곧바로 하산하였다. 내려오면서 주차한 곳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갈림길에서 갈팡질팡 하긴 했지만 도합 8km 정도 산보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


 어느새 점심이 지나가고 있어서 집으로 가기  서둘러 간단히 식사를 하자 하여 메뉴를 고심했고 왠지 모르게 잔치국수가 땡겨 먹으러 가기로 했다.  사실 비빔국수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봄나물까진 아니더라도 그런 느낌을   있는 신선한 채소가 매콤달콤한 소스에  버물어져 쫄깃한 소면과 함께 먹으면 일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치국수식당을 찾아보았는데, 다들 브레이크타임이 애매하게 끼어있었다. 서둘러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브레이크타임이 없는 식당이 어디 없을까 찾던  비빔국수와 비슷한 느낌인 비빔냉면이 떠올랐고 냉면 하니 자연스럽게 부산안면옥이 연상되었다. 복숭아씨가 평소 재방문하고 싶다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는 영업철이 아니어서  갔는데 찾아보니 브레이크타임도 없고 다행히 영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교동 핫하고 힙한 술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해있는데 부산안면옥은 그곳에서 마치 안방마님인 마냥  좋은 곳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차장을 따로 구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눈치껏 주변에 주차를 하여야 한다.  가지 팁은 식당 위에 IBK 기업은행 대구중앙 지점이 있는데 주말에는 주차장을 항시 무료로 오픈한다. 그래서 거의 만차이고 노보텔호텔 뒤쪽으로 주차를 하거나 거기도 없을  부득이하게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된다. 부디 주차 딱지 끊지 않으시길 바란다. 대담하게 길가에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


 등산 직후라 몸이 뜨끈뜨끈 열이 올랐던 참인데 찬물을 부은  몸이 시원해질 정도로 식당 안은 쌀쌀하였다. 아마 주변이 빌딩으로 쌓여져 일조량이 적어서 그런  같았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너무 추워서 영업을 하지 않는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였을  여름철 냉면 장사는 신의  수이지 않을까 싶다. 1 자리에 앉아 냉면 하나, 함흥냉면(비빔냉면)  그릇 주문하였다.

 늦은 점심임에도 1층은 자리가 거의  차있었다. 좋았던 점은 가게가 워낙 조용조용했다. 무언의 규칙이라도 있듯이 손님들이 전부 조용조용 담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얼마  방문한 일경식당에서 아저씨 손님들의 주정 섞인 이야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괴로웠는데 부산안면옥에서 힐링을 받는 느낌이었다. 요즘 시대에서는 주변 손님들 운도 받아야 되는 사회과학적인 관계 형성이 이루어 지나보다.



냉면 10,000원

정직하게 면을 삶는 시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냉면이 나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심심해 보이는 비주얼이었지만 마치 단아한 한복을 입고 있는 여인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육수를 먼저 맛보았는데 역시나 진국이었다. 얼마  진주에 가서 먹었던 진주냉면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래서 견문을 넓혀야 하나보다. 사실 1 전에 부산안면옥에 방문해서 냉면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평양냉면의 느낌이 밍밍하고 심심해서  맛을  느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육수에서 깊은 맛을 드디어 느낄  있게 되었고  자신이 뿌듯했다. 오로지 고기로 승부를 본듯한 육수였다. 다른음식으로 편육과 제육이 있는 것으로 봐선 돼지와 소를 육수   같이 쓰는가 싶었다. 깔끔한 국물은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만큼 감칠맛이 폭발하였다. 미원 같은 MSG 첨가된 조미료의 안내를 보면  그램으로   마리를 통째로 끓였을    있는 감칠맛을   있다고 되었는데 이곳의 육수는 정말   마리를 넣고 끓인  같았다. 그리고 부유물이 전혀 없어서 투명한 육수가 보기에도 깨끗해 보여 먹기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고명은 수육 두어 점과 소고기 완자와 족발인지 우족인지  특유의 꼬릿내가 나는 고기가 아주 조금 들어있었다. 면은 전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끊겼다. 순메밀면에 비교하면 그것보다는 훨씬 쫄깃했다.  번에 후루룩 많은 양을 즐기는 것보단 조금씩 조금씩 꼭꼭 씹어 오래도록 천천히 냉면을 즐겼다. 마지막에 겨자와 식초를 가미해 보았는데 필자와 복숭아씨의 입맛에는 순수한 그대로가 좋았다. 가미된 조미료가 육수와 어울리지 못하고 완전히 따로 놀아서 육수, 겨자, 식초를 따로 먹는 느낌을 받았다.



함흥냉면 10.000원

 다음으로 필자가 주문한 함흥냉면을 먹어보았다. 사실 특별한 맛을 느끼진 못했고 방문하기 전부터 본인의 needs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힐끗 보이는 면은 보기에도 고구마 전분기가 탱탱하게 느껴졌다.  위를 붉고 진한 고추장양념장이 잔뜩 올려져 있고 오이와   배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었다. 화룡점정이라 하기엔 적격하진 않지만 비스무리한 의미로 삶은 계란 반쪽도 있었다.


 딱 보기에도 질겨 보여서 미리 제공된 가위로 4등분 하였다. 야무지게 비비는데 소스가 아무래도 적어 보여 부족하면 더 넣어 먹으라고 냉면과 함께 나온 양념장을 조금 더 첨가하였다. 그렇게 추가 양념이 제공된 걸로 봐서 양념에 그렇게 공을 들이거나 비싸진 않나 보나 생각이 들었다. 한 젓갈 먹자마자 몇 가닥씩 야금야금 먹어야겠다 생각이 팍 들었다. 어찌나 전분기가 많던지 정말 쫀쫀한 식감이었다. 오래 씹어야 되니 그만큼 맛을 신중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처음은 아무래도 양념장 때문에 맵고 짠맛이 크게 느껴졌는데 양념이 빠지고 남은 면을 천천히 음미하니 면에서 나오는 특유의 단맛이 은은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양념은 시중에 파는 고추장과 설탕 그리고 식초 등으로 조합해서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고 오로지 필자의 미각으로 느낀 것이기 때문에 이 점 감안하여 읽어주시길 바란다. 상업적인 맛에 실패는 없지 않은가. 맵고, 달고, 짠맛에 홀린 듯 맛있게 먹었다. 질긴 면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멋모르고 후루룩 잘 안 씹히니 그냥 삼켜버리고 식사를 마치면 식당을 나오는 길이 뭔가 허전했을 듯하다. 양념맛만 기억이 남지 않았을까. 사실 오이와 채 썬 배, 삶은계란은 기억에도 없다. 그나마 기억에 남은 것은 명태식해가 다른 곳보다 크기가 작고 야들야들 잘 삭혀져 씹는데 거부감 없어 맛있게 잘 먹었다. 부드럽게 잘 만든 진미채같은 느낌이랄까.

 전반적으로 채소의 아삭하고 신선한 느낌을 느낄  없어 아쉬웠지만 새콤달콤한 자극적인 맛이 소진  나의 에너지를 다시 채워주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보니 역시 우족이 큼직하게 은은하게 끓여지고 있었다. 정말 소 한 마리 삶겠다는 의지가 살짝이나마 보여주어 식당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생겼다. 대구에서 냉면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을 때는 부산안면옥을 다시 방문할 것 같다.

 일에 치여 허기진,  그대로 생존을 위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가까이에 있는 프랜차이즈 냉면집을 방문하여 고명도 많고 양도 많은 냉면을 푸짐하게 즐길 것이다. 하지만 삶에 여유가 생기고 미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기꺼이 이곳에 방문하여 심플하게 냉면  그릇 시켜 먹거나 아니면 정말 친한 친구와 둘이서 수육이나 제육에 소주   조용히 기울이며 인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같다. 슬프게도 그렇게 하기엔 워낙 명성이 자자하여 넘치는 손님들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욕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아무튼 냉면의 진수를 맛볼  있는 맛집.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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