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뮹재 May 23. 2022

[대구 제로웨이스트 비건 샵] The Common

대구 제로웨이스트 비건 샵 친환경 식당


오늘은 대구에 생긴 제로웨이스트샵이자 비건, 채식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기도 한 어찌 보면 복합문화공간으로 볼 수도 있는 "더 커먼"을 방문한 후기를 글로 쓰고자 한다.


Earth-friendly shop healthy food community place
지구와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는 공간


 이 가게의 슬로건인가 보다. 사실 필자는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청소년 시절 우연히 접하게 된 BBC 다큐멘터리 "Planet earth"라는 11부작 다큐멘터리에 심취하여 10번은 넘게 보았다. 시간으로 따지면 100시간에 가까울 것이다. 내가 사는 지구가 이렇게 생겼고 이러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다니 경의로웠다. 이러한 매체를 접하다 보니 당연히 생각 드는 것은 지구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일종의 관념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추상적이었고 인생을 살다 보니 많은 생각들이 쌓이고 또 부딪치고 융화되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구에 대한 나의 생각은 지금도 계속 변모 중이다.


 가슴속 깊숙이 지구에 대한 사랑을 품은 채 잊고 살았던 필자에게 더커믄은 그 사랑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복숭아씨가 그저 나들이 갈 때 먹으면 좋을 것 같은 샐러드를 찾다가(복숭아씨도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우연히 알게 되어 제철 채소인 미나리가 들어가는 음식도 팔고 샐러드도 있는 곳이 있다며 같이 나들이 채비를 하고 나섰다. 


동성로로 가는 대로변에 위치를 하고 있어 주차가 다소 어려웠다. 근처 주택 지역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가자마자 생필품 파는 코너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고 더 들어가면 계산대와 그 뒤쪽으로는 주방, 그리고 깊숙이까지 식당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가게였다. 



카운터


 우리는 방문한 목적에 걸맞게 미리 생각해 온 팔라펠 샐러드를 시키려고 했는데 제로웨이스트샵 특성상 1회용 용기가 제공되지 않아 혹시 용기를 가져왔는지 물어보셨는데, 아뿔싸 우리는 따로 용기를 챙겨오지 않았던 참이었다. 그 흔한 1회용 용기가 이곳에서는 보물 취급받게 된다. 용기가 없으면 주머니 빵에 샐러드를 잘 싸 샌드위치처럼 포장해갈 수 있게 주신다 하여 그렇게 주문하고 우리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식료품 세제 등 소분판매대

 불필요한 낭비를 막기 위함이 목적으로 보이는 듯한 소분샵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곡물부터 견과류 심지어 과자까지 일반 마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품목들을 고객에 원하는 양만큼 사갈 수 있게 해두었다. 이용방법은 가장 윗부분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본인이 용기를 직접 가지고 와서 그 용기를 저울에 달아 영점을 맞춘 뒤 구매할 상품을 계량스푼을 이용해서 담아 계산하면 된다. 


 용기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진열대에 배치된 재활용 유리병을 사용하면 된다. 여러 명이 열었다 닫았다 하기 때문에 소독을 강조하였다. 문득 궁금해진 듯은 가격이 어떨까였다. 소분으로 필요한 양만큼 사면 더 경제적일까? 하지만 판매하는 품목들이 제한되어 있어 구매의향은 없었기 때문에 비교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대량 포장으로 파는 식재료들은 여기서 필요한 만큼 소분으로 구매하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식재료를 구매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쉽지만.


향신료, 조미료 판매대


 조미료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필요한 만큼 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쓰는 향신료가 대부분 몇 가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집에서 사용하는 향신료 용기를 가져와서 딱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은 좋은 것 같다. 필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향신료는 다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절반 정도 남아있는데 유통기한이 지났는지 잘 모르고 그냥 묵혀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을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양꼬치 향신료로 많이 쓰는 큐민을 비교해 보면 여기서 소분으로 100g을 구매하면 1g=30원 총 3,000원이 된다. 네이버 쇼핑 기준으로 평균 가격을 찾아보면 큐민가루 100g이 4,500원에 배송료 3,000원이 붙어 총 7,500원이 된다. 훨씬 저렴하다. 하나만 더 비교해 보도록 하자. 오레가노는 1g=27원 소분으로 100g을 구매하면 2,700원이 된다. 네이버쇼핑을 검색해 보면 100g 3,800원에 배송비까지 하면 6,800원이다. 훨씬 싸다.


 꾀돌이에는 관심이 없는 필자이기 때문에 소분에 의아함이 생겼지만 집 근처 이렇게 소분 판매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부담스러웠던 점은 냉동고에 파는 비건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아이스크림 하드바 하나에 3-4,000원에 판매하고 있어 확실히 비건 가공식품은 가공료나 유통비가 아직은 비싸구나 싶었다. 


생필품 판매대


 주방용품뿐만 아니라 세정제 등 위생품들도 팔았다. 대부분 천연재료를 사용한 제품이고 재사용이 가능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가격 측면에서는 일반 공산품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었다. 씹어먹는 알약으로 된 치약도 있어서 한번 체험해 봤는데 겔 치약을 고체로 말린 정도였다. 가격은 비싸지만 확실히 치약 용기가 절감되어 쓰레기가 줄지 않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누였다. 평소에도 인공적인 향을 굉장히 싫어해서 모든 세정품을 무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천연비누는 인공화학제품을 쓰지 않아서 비누에서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 아주 좋았다. 그 밖에도 천연 수세미로 만든 말 그대로 수세미도 판매하고 학용품들도 오래된 것들을 재활용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이렇게 둘러보니 어느새 주문을 한 샐러드가 샌드위치화되어 나왔고, 그것을 받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나들이 가서 먹어보았는데 너무 원초적인 맛이어서 맛이 없었다. 각종 천연 향신료의 향연이랄까. 향들이 저마다 제각각이었고 안에 들어있는 채소들도 그렇게 신선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커먼 팔라펠 샐러드

+ 복숭아's 시점

나에게는 제로 웨이스트가 아닌 '팔라펠' 샐러드가 주 목적인 방문이었다.

후무스, 당근 샐러드, 병아리콩이라니... 다 내가 좋아하는/했던 것들이 아닌가, 여기에 아직 맛본 적 없는 팔라펠까지 같이 나온다니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포켓 샌드위치화해서 맛보니 메뉴판에 적힌 대로 정말 입안에서는 축제(?)가 퐝퐝 터졌다. 

나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축제였기 때문에 솔직히 방문의 목적을 잃은 느낌이었다.

식감을 보자면, 주 재료가 콩(병아리콩)인 팔라펠과 후무스, 그리고 다시 또 병아리콩이 들어가서 퍽퍽한 식감이 강했다. 

조리법이 기름을 사용해 튀기거나 볶지 않았고 육류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퍽퍽한 식감은 피해가기 힘들 것 같았다.

이걸 보완하기 위해 당근 샐러드, 양배추 샐러드, 오이+토마토+올리브가 같이 곁들여져 나오는데 

문제는 얘네들이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향신료들의 저마다의 아우성과 상큼함을 넘어 톡 쏘는 샐러드 소스의 쌔그러운 맛은 주재료인 팔라펠과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한 접시로 나와 느긋하게 한입씩 맛보았다면 평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샌드위치로만 먹은 나에게는 이 정도 평이 다인 것 같다. 

아마 이 낮은 평은 메뉴 자체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내가 자주 해먹고 사 먹었던 음식들인데, 이런 멋진 식당에서는 얘네들을 어떻게 조리해서 내놓을까?!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요즘 비건은 하나의 트렌드인 것 같다. 화장품조차도 비건이라는 광고 문구가 크게 들어간다. 

이런 트렌트를 개인적으로 나쁘게 보지 않는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비건 아이템이 다양해진다면 소비자인 나에게도 새로운 구매 경험이 되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비건 음식이라고 해서 꼭 '건강한 맛'만을 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번 경험은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나의 이러한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남자친구가 있어 오늘도 경험치 +1이 쌓였다.)





 대구에 이런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겨서 신기했다. 앞서 서술했다시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필자이기 때문에 프라이탁 가방과 같이 업사이클링 제품들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재활용도 나름대로는 철저히 하는 편이다. 하지만 현실 사회에 살다 보면 한계에 봉착하는 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구를 망치는 행동들을 보면 

 첫째, 마스크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 코로나 방역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하루 이틀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쓰레기가 많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실 3-4일 오래 착용하긴 한다. 

 둘째, 배달음식을 종종 시켜 먹는 것. 일회용 용기가 생각보다 튼실해서 사실 씻어서 강아지 물그릇이나 간식 그릇으로 활용하는 편이긴 하다. 

 셋째, 공산품을 무분별하게 구매한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생각보다 이것저것 많이 사는 편이다. 그렇게 나온 쓰레기들이 엄청 많은데 최대한 재활용하긴 하지만 버릴 때마다 쓰레기를 줄일 수는 없을까 고민을 했다. 뭐 이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어떠한 경우든 극단적인 경우는 좋지 않은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는 워낙 생활, 문화적인 측면에서 규모가 크고 또 종류가 워낙 다양하지 않은가. 그것을 지구만을 위해서 무작정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아니지 않을까. 요즘 우리 사회의 추세가 다양하고 소수 부류의 사람들의 뜻도 이해해 주고 함께 잘 살아가는 쪽으로 가고 있는 만큼 지구라는 큰 사회 또한 그런 추세로 가야 하지 않을까. 지구라는 존재 자체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에서 이러이러하게 지구를 다룹시다라는 접근은 잘못된 것 같다.  

 고로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기준을 명확히 잡고 환경에 대해 경각심을 가진 채 최소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 마무리 한다.



The end.

이 글은 작가의 블로그에 함께 게재되는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youdarly/222696181693

작가의 이전글 [대구 중구] 부산안면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