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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들파파 Apr 14. 2022

영업에 대한 생각

기억, 속도, 약속, 보상믿음, 거리두기, 진심

 2012년 영업스러운 일을 처음 시작했다. 헉... 손가락으로 횟수 계산을 해보고 깜짝 놀랐다. 벌써 10년을 꽉 채웠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애썼다. 여담인데 방금 TV 강연에서 K선생님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많이 해주라고 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말과 행동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보통 영업직원이라고 하면 회사에 소속이 되거나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그 회사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이나 회사에 판매를 하는 일이다. H자동차를 팔면 H사 영업직, S사 보험을 팔면 S사 영업직, 이런 식이다. 나도 비슷하다. 계약직으로 회사에 소속이 되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일이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것은 고객이 나를 통해서 그것을 구매하는 것이 하나의 성과이다. 그래서 많이 팔수록 성과가 커지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내 영업직 일은 그 성과 판단이 좀 다르다. 


  인기투표에 가까운 것 같다.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들이 나를 더 믿고 지지해주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내 회사와 거래를 할 것이고, 나는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물건이나 서비스보다는 나를 판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그래도 물건이나 서비스를 잘 팔려면 우선 나부터 잘 파는 게 우선이다. 조금 달라 보여도 얼추 다 통하는 것 같기는 하다. 저 사람이 나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판매한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그다음 물건을 살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 고객이 나를 기억하게 해야 한다.

  회원권 영업을 하시는 분이 있다. 상담을 받아보기 위해서 딱 한번 만났을 뿐이다. 그런데 나를 카카오톡에 등록을 하더니, 거의 매일 개인적으로 회원권 관련된 내용을 보내주신다. 물론 나한테만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도 내용을 읽어 볼 때보다 온 것만 확인하고 안 읽고 넘어갈 때가 더 많다.

그런데 나는 이 분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다. 회원권 하면 나는 이 분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언젠가 내가 회원권을 사기로 결정한다면 나는 무조건 이 분에게 먼저 연락을 할 것이다.

고객이 기억한다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특히 힘을 발휘한다. 나도 내 고객이 나를 잊지 않도록 거의 매일 고객들에게 뭐가 됐든 보낸다. 봐 달라는 뜻이 아니다. 기억해달라는 뜻이다.


- 요청사항을 잊지 말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영업직원은 보통 휴대폰이 매우 바쁘다. 전화가 많이 오던가, 문자가 많이 오던가, 둘 다 많이 오던가 셋 중에 하나다. 나는 한 명인데 고객은 많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바쁘게 일하니까 내 휴대폰도 바쁘게 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기억하려고 하지 말고 메모를 하자. 기억력은 분명 한계가 있다. 기억해야 될 부분이 많아지면 앞쪽에 기억해 놨던 것은 잊어버린다. 메모하고, 메모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요청에 따라서 좀 다르기는 하지만, 빨리 대응해주자. 일단 믿으니까 당신한테 연락을 한 것이다. 속도는 그 믿음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 약속 시간을 잘 지키자.

  미팅을 하든, 미팅을 주선하든 시간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차라리 미리 가 있는 게 더 낫다. 당연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10년 동안 주변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이 당연한 걸 어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엘리베이터가 안 와서, 같이 갈 사람이 늦게 와서, 자료 준비가 안돼서 등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은 무수하게 많다. 하지만 무슨 핑계를 생각하든 늦었다면 그 핑계는 얘기할 기회조차 없고, 얘기해도 소용도 없다. 그렇게 고객과의 관계는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하면 된다.

  반대로 해줄 수 없는 건 그냥 안 하면 된다. 보통 나의 시간 아니면 돈을 써야 하는 사소한(?) 요청 또는 부탁을 받는다. 당장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할 수는 있는 것인데,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문제다. 할 수 있는 건 하면 된다. 자존심을 논할 거리도 아니다.

경험적으로 보통 100배가 돼서 돌아온다.(내 경험적으로 그렇다)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쪽에서라도 언젠가는 꼭 돌아온다. 100배를 벌 수 있는 투자인데 하기를 꺼려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 마지막으로 고객과 거리는 좀 둬야 한다.

  영업직원들이 고객과의 관계가 오래됐거나, 아니면 빨리 가까워지기 위해 형 동생, 누나 동생으로 호칭 정리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었다. 그런데 형 동생, 누나 동생은 보통 이해관계가 없는 사이에 부르는 호칭이다. 하지만 나와 고객은 이해관계에서 출발하지 않았는가. 이 부분 때문에 고객과 너무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는 게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나도 부작용을 경험하였다. 거리는 유지하면서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관계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데 있어서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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