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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들파파 Apr 11. 2022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다는 것

분할매수, 거의 하락, 회복하는 듯 추가하락, 상승, 다시 하락 후 급등

  주식투자를 하는 과정을 통해서 2010년 초에 주식을 샀다. 꽤 많이 사야 한다. 주가가 오르기 전이기 때문에 거래량이 많지가 않다. 나눠서 사야 한다(분할매수, 주식을 살 때는 웬만하면 분할해서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 사는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한 달 전에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사 먹기 시작한다면으로 흥분했었다. 주가가 지금보다 최소한 2배 이상 오를 것 같다고 짐작했었다. 왠지 내가 사고 나서 얼마 안 있으면 주가가 오를 것 같다는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100이라는 가격에 사겠다고 하자. 한 달 동안 다행히 가격이 크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다. 평균 매수 가격을 100 정도에 맞출 수 있었다. 자 이제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된다. 사는 것을 멈추고 기다린다. 그런데 주가가 원하는 물량을 채우고 났더니 빠진다. 한 달 넘게 매일 조금씩 야금야금 빠지더니 80이 되었다.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특별한 이유는 있을 리가 없다. 생각을 해본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주식이었다.


  그렇다. 그동안 우리가 매일매일 사고 있으니 주가가 빠지지 않은 것이다. 아니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사 먹기 시작한다면 이 회사가 돈을 엄청 벌 텐데 다들 이 주식을 안 사고 뭐하는 것인가. 아직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시장 참여자가 우리뿐인 것이다.


  다시 오른다. 한 달 넘게 조금씩 오르고 빠지고를 반복하더니 주가는 다시 100이 되었다. 일단 다행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사 먹으면 이 회사가 돈을 엄청 벌거라고 생각하는 참여자들이 우리 말고 또 생기는 것일까. 그냥 주가가 떨어지니까 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들어와서 주가가 다시 회복을 한 것일까...


  그 사이에 이 기업이 실적 발표를 한다.(상장기업은 분기별로 전자공시시스템에 실적을 발표한다) 무난한 실적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사 먹기 시작해서 중국으로의 수출물량이 늘어난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식품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그렇게 쉽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아뿔싸...


  주가가 다시 빠진다. 이유가 뭐든 보유하다가 지쳐서 기다리다가 파는 사람만 있고, 올려서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여전히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먹기 시작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여름이 되었다.


  중국으로 갔다. 중국 대도시 대형마트에 통조림 매대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목적이다. 매대 앞에 지켜 서서 중국인들이 참치캔 같은 통조림을 사 가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 대형마트에 들어갔고, 매대에 도착했다. 통조림 매대가 크지는 않다. 주로 태국산 통조림들이 차지하고 있다. 서서 지켜봤다. 통조림을 사가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다. 아시다시피 중국인들은 주로 뜨거운 불에 직접 조리해 먹는 음식을 즐긴다.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기대감은 유지한 채 돌아왔다. 가을이 되었다. 주가가 다시 오른다. 또 실적 발표를 했다. 실적이 좋아졌다. 어가가 올랐는데, 유가는 낮았다. 이익률이 좋아진 것이다.


  미국 현지 참치캔 회사 인수 소식도 있다. 중국인 수요 증가 기대에 미국까지 보태다니 기대감이 더 커졌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더 먹는다는 소식은 여전히 없다. 하...


  이듬해 봄이다. 또 좋은 실적을 발표하였다. 주가가 계속 올라서 처음에 예상했던 200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당장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먹는다는 소식을 우리는 몰라도 주가에 먼저 반영되는 것 같다. 조만간 소식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했던 200이 되었으니 주식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한다.(분할매도)


  1년을 조금 넘게 보유했지만 2배의 수익률이 되었다. 성공이다.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먹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여전히 없기는 하다...


  주가가 150 정도까지 빠진다. 역시 좋은 타이밍에 잘 정리했다.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먹든 말든(?) 우리는 돈을 벌었다. 그런데 주가가 다시 오른다.


  2011년 가을 150으로 저점을 찍고, 2013년 5월까지 올라서 420까지 올랐다. 우리는 2011년 봄에 100에 사서 200에 다 팔았다. 맙소사...


국내 O사, C사 등에서 생산한 식음료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음식료 업체들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적절한 배수(PER)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주가는 주당순이익과 PER의 곱셈이다) 여전히 중국인들이 참치캔을 더 먹는다는 소식은 없지만;;; 어쨌든 시장에서 실현 가능성은 더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주식시장에서는 이를 리레이팅, 재평가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있었고, 꼼꼼하게 분석했고, 투자를 실행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보통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주가가 올라줬고, 차익을 실현했다.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모습은 못 봤다. 그리고 주가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잘못한 것 같지는 않은데, 훨씬 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이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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