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혹자가 썼던 '외로움과 친해지기'의 연장선상의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있다. 미성년자였을 때에는 부모라는 존재가 그 존재였지만 학교와 직장을 거치며 친구와 연인이 의지의 대상으로 변모한다. 청년기와 장년기, 중년기를 제외하면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그리고 노년기에는 의지할 대상이 필수적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은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 또는 좋아하는 사람, 친한 사람이 옆에 있을 때 행복이 극대화된다. 또한 모르는 게 있을 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답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멘토를 찾는 일이 매우 가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에서 진전이 없다고 느끼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자신의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경력을 쌓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도움을 구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보통은 자존심을 세우거나, 너무 자만하거나 두려워서다. 이런 태도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며 남에게 의지하려고만 하는 철없는 사람으로 보기 마련이다. 정보화 사회에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는 걸 왜 물어보냐고 핍박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대처하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질문을 잘 하지 않으면 사고 범위가 좁아져 생각을 편협하게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2010년대 들어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유독 관계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 금전적인 것들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산업 사회 이전에는 자본이 아닌 식량이나 보유한 토지, 집 등이 행복의 기준이었다면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가 된 현재는 사랑과 우정, 가족애와 같은 인간 관계에서의 행복과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물질적인 행복이 거의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 지위, 건강, 사회 등이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일 수 있다. 이러한 행복의 유형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전세계 17개국 선진국 성인 19,000명을 상대로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많은 나라들이 가족을 1순위로 뽑았고 스페인이 건강을 1순위로 뽑았으며 대만은 사회를 1순위를 뽑았다.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1위로 뽑았다. 하지만 이 조사는 선진국 위주의 조사인만큼 개발도상국의 현실은 반영하지 않았다.
행복은 인간 관계 없이 느껴지기 어렵다. 하버드 대학에서도 행복에 대해 75년간의 종단 연구를 실시했는데, 연구 결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관계'이며 그 중심에는 친밀한 가족 관계가 있었다. 2020년 대한민국의 매일경제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한 답변 1위는 바로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었고 대형 사고나 참사 현장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를 시도한 대상 대부분이 가족이다. 그렇듯 가족은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존재인 것이 틀림없다. 의지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의지할 대상이 나이를 불문하고 적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를 적대시하며 특정 집단에서도 여러 요소로 차별한다. 인종 차별이나 빈부격차는 미국이나 유럽이 더 심할 수는 있어도 차별 요소들을 세세히 따져보면 대한민국도 차별이 상당한 국가이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나이, 학력, 성별, 국적, 정치 성향, 출신 지역 등으로 선을 그으며 멀리 하는 것,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적대시하고 자신만의 이유를 만들어 비판, 비난하는 글을 많은 것이 그 증거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같은 인종이나 지역, 세대에 있어서만큼은 똘똘 뭉쳐 있으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를 가졌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도감과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남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는 문화가 발달한 아르헨티나는 행복 지수가 높다. 심각한 경제 위기에도 아르헨티나는 2018년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조사 대상 157개국 중 29위이다.(한국은 57위)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심리상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인데, 세계보건기구가 2017년 발표한 정신건강지도(Mental Health Atlas)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심리상담사는 인구 10만명당 222.57명(총 약 9만 66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아르헨티나의 심리 상담 문화가 활성화된 시기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헨티나는 유럽 이민자 수백만명을 받아들였고 이 중 상당수가 1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가브리엘 롤론은 심리 상담이 발달한 이유에 대해 “아르헨티나를 만든 사람들은 전쟁과 기아, 이념적 또는 종교적 박해를 피해왔다”며 “그들은 모두 고향에 친척과 친구, 언어 등 소중한 것들을 남겨두고 왔기에 슬픔과 향수에 젖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타인에게 의지를 해야 할 또다른 이유는 우리의 사고를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간혹 학습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인 경우가 있다. 많은 경우, 피드백 없이 혼자서만 학습을 오래, 그리고 많이 한다. 학교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고 해서 사회에서 성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 명문대나 좋은 성적이 소위 ‘일잘러’로 연결되지 않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학교에서의 학습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에서의 학습은 협력적이고 비순차적이며 자료에 한정이 없고 정답이 없으며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변경되기도 한다. 혼자서 학습하게 되면 학습 결과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자신의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 또한 실행을 미루는 함정에 빠져 나태의 굴레에 빠지기 쉽다. 또한 자신만의 신념과 논리에 빠져 타인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관계에서 나오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어떤 조직이 맞을 지 안 맞을 지 판단하는 것도 관계를 통해 알 수 있다.
아무리 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개인의 행복을 더 우선시한다 한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과거 향약, 두레 등 다양한 집단 활동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했던 경우를 교훈삼아 힘들거나 아프거나 고통스러울 때, 가족의 품으로, 친구나 애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누군가의 자식을 돌봐줄 수 있는, 그러한 둥지를 자처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거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의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