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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븐클라우드 Jun 28. 2022

우유니: 소금 기념품

마음에 남은 - 장소들

  소금사막을 나와 우유니 마을에 가까워지자 기념품 상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걸 저대로 먹어도 될까 싶은 누르스름한 먼지 빛깔 소금 봉지부터 소금을 뭉쳐서 만든 냉장고 자석, 달걀 모양 함, 라마 인형이 가판대 위에 놓여 있었다. 하얀 바탕에 빨갛고 파랗고 노란 색이 선명했다. 초등학생 정도 보이는 남자아이가 부모를 도와 능숙하게 물건을 팔고 있었다. 우유니는 역시 소금이지 생각하며 달걀함과 라마 인형, 냉장고 자석을 샀다. 숙소에 와서 정말 소금이 맞나 싶어서 살짝 겉면을 핧아 보았더니 짠맛이 느릿하게 올라왔다.


  집에 와서 기념품을 꺼내 놓았다. 소금 부스러기가 조금씩 떨어졌다. 여름이 지나자 냉장고 자석이 망가졌다. 소금이 녹고 부스러져서 자석과 분리되었다. 소금 라마는 녹아서 눈이 뭉개졌다. 달걀함은 위 아래가 붙어서 열리지 않았고 억지로 열려고 힘을 주었더니 손가락에 버석버석 소금이 묻어나왔다. 건조한 소금 사막의 물건들이 한국의 습한 여름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안 돼, 내 우유니 기념품, 안타까워하며 냉장고에도 넣어 보았지만 가을에 꺼내놔도 역시 조금씩 스러지는 게 보였다.  

    

  이제 무늬는 희미해졌다. 선명했던 색깔이 실은 싸인펜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소금을 뭉쳐서 모양을 만들고, 그 초등학생이 싸인펜으로 꽃을, 나뭇잎을, 글씨를 그려넣고 라마의 눈과 입을 그리고, 털실을 풀칠해 붙였던 거다. 기념품들이 조금씩 사라져갈수록 우유니의 소년이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젠 훌쩍 컸겠지. 여전히 싸인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으려나. 다시 우유니에 가게 되어도 나는 또 그 물건들을 살 것이다. 그냥 싸인펜으로 소금에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을 사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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