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난 봄을 좋아하지 않았다. 겨울엔 봄을 내내 기다리지만 막상 봄이 되는 게 두렵고 힘들었다.
학교 다닐 때는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 만나는 게 낯설고 싫어서 봄을 싫어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봄이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1년 중 가장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식곤증이 찾아오는 봄이라 나른할 수 있지만 나는 그 식곤증과 함께 정신없음도 같이 항상 왔기 때문에 너무도 봄이 싫었다. 학부모님 컴플레인 가장 많은 달도 봄이고....
작년의 봄은 싫고 좋고 할 시간도 없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봄이었기에 봄이 오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올해의 봄은 너무도 평온하다. 신학기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해방되었다. 직장도 없고 그냥 나를 위한 시간을 쓰는 그런 봄을 보내고 있다. 매우도 낯선 2023년의 봄....
유학 갔을 때를 빼고 이제까지 난 이쪽일 을 하며 3월에 쉰 적이 없었다. 그래서 봄이 와도 날씨를 만끽할 시간이 없었다. 요즘 날씨를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집 주변에 벚꽃을 보며 연신 사진도 찍고 벚꽃 비를 맞으며 걸어 보기도 하고 벚꽃으로 물들었던 거리가 파란 잎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집 주변 이곳저곳을 걸으며 날씨의 변화를 느끼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 브런치 카페를 찾아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그 사람들과 날씨를 즐기며 공원에 앉아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도 하기도 한다. 때로는 혼자 공원에 앉아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봄바람과 햇살이 나에게 스쳐 가는 기분 좋은 느낌을 만끽하고 있다.
문득 나만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나의 시간은 이대로 멈춰져 있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즐겨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백수로 2달째 접어드니 일을 해야 하나 싶다가 내 맘대로 시간을 쓸 수 있음에 당분간 더 이 봄의 아름다움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작년에 너무도 힘든 봄을 보냈기에 평화로운 봄을 선물해 주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동안 너무도 힘주고 살았던 거 같아서 힘을 빼고 지내라고 이 시간이 나에게 허락된 거 같기도 하다.
이런 시간이 있어야 다시 또 열심히 일 할 수 있을 테니,, 이러다 진짜 일 하고 싶지 않아 지면 어쩌지?
불안한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즐기기로 했다....
백수의 봄...
이 봄을 좋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