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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셋넷 Jul 21. 2022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마음 속 가사 읽기 - 관계를 대하는 백예린의 섬세하지만 단호한 용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 백예린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태어나

우리에게까지 온 건지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자주 아픔을 줘도

그건 아마 우리를 더 크게 해 줄 거야




이제 막 서른이 되던 무렵, 내 연애는 힘겨웠다. 

멀리 떨어져 있던 우리는 서로의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한 달에 한두 번 간신히 만나곤 했다. 주말이 되면 여자친구를 보기 위해 고속도로를 운전해 갔는데 그렇게 몇 시간 만나고 오는 날이면 기쁘다기보다 힘들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지쳐갔고 사소한 일도 잦은 다툼으로 이어지며 서로에 대한 불신은 커져갔다. 그렇게 몇 번의 이별과 화해를 반복했다.


당시의 나는 학자금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가족이 내 이름으로 빌렸던 대부업체의 빚을 갚지 못해 신용카드도 만들지 못했다. 연상의 여자친구는 우리를 보는 주변의 시선과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가 힘겨웠다 했지만, 사실 삶이 힘겨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나와 여자친구는 각자의 삶이 힘들었고 연애는 삶의 일부였기에 덩달아 힘들 수밖에 없던 것이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문득 '우리 엄마 보러 갈래?'라고 말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나는 무심히 글쎄, 라고 답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내 마음은 안타까워졌다. 그런 장면들이 몇 차례 반복되며 관계의 불안은 커져갔다.


우리는 불안한 마음을 다잡아 보고자 서로를 탓했다. 

잦은 다툼은 사실 어긋나는 관계를 붙잡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관계의 어긋남이 나의 잘못 때문이라면 자책하고 내 행동을 바꾸어 해결할 수 있다. 상대방의 잘못이 우리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면 상대방을 다그쳐 변화시킴으로써 회복할 수 있다. 


그러니 다툰다는 건 가난이나 나이와 같은 외부의 환경과 상관없이, 온전히 우리의 노력으로 관계를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했다. 서로의 잘못을 고친다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자책과 원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랬던 시절이 지나갔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나는 나의 탓도, 너의 탓도 아닌,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제대로 된 전셋집은커녕 빚만 안겨줄 뿐인 사람이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머뭇거리는 건 당연했다. 가진 것 없는 연하의 남자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것 또한 그녀의 탓은 아니었다. 그건 그냥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다. 


사실 그때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관계는 나와 그녀의 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돼버리기에 애써 외면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인정했다면 좀 더 옳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관계를 대하는 섬세하지만 단호한 용기 


백예린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섬세하지만 단호한 용기를 느낀다. 이 노래에는 어떤 무력감과 슬픔이 담겨있는데, 불안함은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인지조차 모르고 그대로 상처가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잘못을 탓하거나 스스로를 책망하며 불안을 이겨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백예린은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노래하며 관계의 본질에서 자연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불안과 아픔을 기꺼이 인정한다. 그리고는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함께 버텨나가자고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에게 요청한다. 이런다고 해서 헤어짐으로 끝났을 관계의 결말이 영원한 만남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관계가 지속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다.


서른 즈음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헤어짐을 후회하지 않는다. 단지 그녀와 같은 단호한 용기가 없었으므로, 그 시절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사랑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EfRa_ywk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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