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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셋넷 Jul 07. 2022

항우울제에 관한 (거의)모든 것 - 1

정신건강의학과 이야기 

항우울제가 필요한 이유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마도 ‘우울증은 약 대신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분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 함께 피로감, 불면 및 식욕 저하 등의 신체 증상, 사고력과 집중력의 저하, 부정적 인지 왜곡 등이 복합적으로 동반되는 상태로,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특히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상담과 함께 약물치료가 병행될 때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우울제와 관련된 정보의 부족과 여러 오해로 인해 정신과 방문 및 약물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치료가 늦어지면 우울 증상의 강도나 기간이 늘어날 수 있으며, 회복된다고 해도 향후 재발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늦은 치료가 ‘우울증에 취약한 뇌’를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는 것!

우리 뇌 속에는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과 이들에게 딱 맞는 모양을 가진 수용체가 존재합니다. 뇌 속을 떠돌아다니는 신경전달물질은 마치 크기가 맞는 건전지를 넣어야 전구가 켜지는 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수용체에 정확히 붙을 때 고유의 기능을 발휘합니다. 우울증은 여러 신경전달물질 중 특히 감정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진 상태로, 이들이 수용체에 접촉하지 못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유전적 요인이 있거나 성장기의 부적절한 양육, 심리적 트라우마 등을 겪으면 감정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쉽게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는데, 이때 긍정적, 부정적 정서를 조절하기 어려워지면서 우울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감정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으로 우울증의 발병과 치료에 가장 중요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긍정적인 정서가 너무 적은 것, 부정적인 정서가 과도한 것의 두 가지 기분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도파민 부족이 긍정적 정서에 영향을 미쳐 행복감, 즐거움, 정신의 각성, 열정, 자신감 등을 감소시킵니다. 반면 세로토닌 부족은 부정적 정서에 영향을 미쳐 죄책감, 공포, 불안, 공격성, 짜증, 외로움 등을 증가시킵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긍정적, 부정적 정서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조합으로 우리의 감정 상태가 결정됩니다.


항우울제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항우울제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기전은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복용 초기에는 스트레스로 고갈되어버린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 더 이상 부서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여 이들의 농도를 원래 상태로 복구시킵니다. 비유하자면 건전지가 방전되어 꺼져버린 전구에 새로운 건전지를 넣어 다시 불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신경전달물질뿐 아니라 이들과 짝을 이루는 수용체에도 영향을 미쳐 신경전달물질과 접촉하였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만듭니다. 이 경우는 전구 자체를 업그레이드하여 동일한 건전지를 넣어도 더욱 밝게 빛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치료에는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의학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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