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추위가 있을까? 분명히 있다. 난 오늘 그 날씨를 느꼈고, 매해 겨울 가끔씩 이런 날씨를 경험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열대의 바다 마냥 푸르고, 온도는 빰과 귀가 살짝 차갑다 싶을 정도고, 연말과 새해가 주는 여유로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바로 이 순간, 누구나 따뜻한 추위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하늘이 황사로 뒤덮여 어두컴컴해서도 안되고, 바람이 쌩쌩 불어, 귀가 떨어질 정도로 추워도 안된다. 연말에서 너무 멀어지거나 새해 분위기가 사글어드는 2월 이후에는 좀처럼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이런 날은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칭칭 동여 메고서라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거리를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친구가 시간이 된다면, 같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더 좋을 것이다. 빰이 빨갛게 달아오른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시장에 가서 뜨거운 김이 나는 어묵꼬치를 먹어도 좋을 것 같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산에 가서 사발면과 김밥을 먹어도 좋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사그락 사그락 나는 도서관 안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한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책을 읽다가 창밖을 보면 추위에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그런 창가 자리에서 말이다.
바로 이 순간, 이곳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