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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동그란 Oct 30. 2023

팔만대장정 - 하루에 책 100페이지씩 2년 읽기

 내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게임중에 스타크래프트가 있다. 컴퓨터와 대결을 할 때는 치트키를 쓸 수 있는데 치트키는 게임의 유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나 문장을 말한다. 


 N잡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쓰는것은 밑천이 쉽게 드러나는 일이다. 털털 털어도 먼지하나 안 나올 것 같은 나의 밑천을 채우기 위해서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스테디셀러 작가이기도 한 위인의 말을 빌려 치트키를 사용하기로 했다.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소크라테스-


 지난주부터 매일 책을 100페이지씩 읽고 있다. 2년이 지났을 때 대략 8만 페이지를 읽게 된다. 


 통상 책은 400페이지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2년이라고 했을 때 1년에 100권씩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면 되는 일인데 목표를 책의 권수로 하지 않고 페이지로 정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째, 책을 읽는 동안 충분히 허튼 생각을 할 것이다.


어린 시절에 속독을 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2시간 정도면 한 권의 책은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해서 책을 읽기 시작해도 금방 딴생각에 빠지고 책에서 나온 지식을 찾아보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가 많다. 


예전에 1년에 100권 책 읽기라는 목표를 세웠을 때 책을 읽는 다기보다는 책을 바라보는 것에 가까웠다. 급하게 체하듯이 책을 읽으면 읽고 나서 소감을 쓰고 싶어도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백 페이지 책 읽기"는 책을 읽으며 충분히 사유하며 느낀 점을 글로 남길 수 있는 시간도 확보될 것이다.



 둘째, 한 번에 여러 책을 읽을 것이다.


요즘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은 앉아서 읽는 종이책, 이동할 때 보는 이북리더기, 잠자기 전에 보는 핸드폰 전자도서관이 있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다 보니 서로 다른 책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읽고 있다. 때문에 페이지를 정한 독서법은 읽고 있던 책을 완독 하지 않아도 새로운 책을 시작할 때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셋째, 재미없는 책은 중간에 덮어버릴 것이다.


권 수를 목표로 정해두면 무리하게 숫자에 욕심을 내게 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만 골라서 읽게 된다. 그렇게 되면 평소에 읽어보지 못했던 분야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애기 입맛이지만 편식이 심하던 어린 시절에 못 먹었던 대표적인 채소 양파를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다. 고치기 힘들다는 입맛도 변하는데 책 취향도 변했을 수도 있다. 우선 새로운 분야의 책들을 편하게 도전해 보고 100페이지를 읽어도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 책은 과감히 덮을 것이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치트키는 컴퓨터를 상대할 때는 통하지만 '실제'상대방을 만나면 사용할 수 없다. 실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나의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토대장정에 자주 쓰이는 대장정은 멀고먼 길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길 위에 있을 때에는 알 수 없지만 '완주'를 하면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멀게 느껴지지만 묵묵히 그날의 걸음을 옮겨서 마침내 완주하고 마는 대장정처럼, 팔만페이지 독서를 통해 인생에 주어지는 무수한 게임들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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