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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장감수성 Dec 06. 2024

떨어지는 교권에는 날개가 없다-3

라떼 교사의 인권침해(?) 일기

일방폭행vs쌍방폭행


  경기 규칙에 따르고 심판의 주의에 귀를 기울이며 동업자 정신과 스포츠맨쉽을 발휘하는 훌륭한 선수가 매번 다른 선수때문에 다치고 찢기는 부상을 입는다면 이건 문제가 맞다. 이 선수를 지키는 수단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규칙과 심판 그리고 함께 뛰는 다른 선수들의 상식과 양심. 교실에도 3가지 모두 있다. 법과 규칙이 있고, 심판 역할의 교사가 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을 살아온 친구들이 있다. 

  나는 2022년 당시 전라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에게 리코더와 가위를 휘두른 적이 있다.

그리고 가서 기자에게 물었다. "수업 시간에 나는 그 아이에게 아무것도 안하고 리코더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그 애가 갑자기 나에게 리코더를 휘둘러 맞을 뻔 했다." 기자님의 자녀가 집에 와서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뭐라 말해줄거냐.  이 문제상황에서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학생일까 교사일까?

  어찌 되었건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었던 유일한 어른이 교사다. 교사가 되려고 4년을 특수목적 대학에서 공부했다. 만약 그 교사가 나라면 경력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사는 그 학생을 도울 수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학생이 원하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절대 다수 피해 학생이 원하는건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이 두 가지다. 지금 교사는 어떠한가? 불러다 놓고 사과하라 시키면 사과를 강요하는 꼴이 된다. 또 리코더를 휘둘러 때리는 손을 붙잡아 막을 수도 없다. 진심절반 사과도, 확실한 재발방지도 불가능하다. 때린 학생이 교실 뒤에 가서 무릎 꿇고 두 손으로 리코더를 들고 있기라도 하면, 그나마 재발방지는 조금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다. 다음은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매일 벌어지는 대화의 일부다.

"선생님, A가 와서 저 한 대 때리고 갔어요." 

"그래? 우리 B가 아팠겠구나. 어디를 맞았니?"

"여기요."

"그래, 무슨 일이 있었니?"

"아무일도 없었어요. 갑자기 와서 그냥 한 대 때리고 갔어요."

"정말? 그럼 B는 그 다음에 어떻게 했니?"

"여기 와서 선생님한테 말하는거에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이런 대화를 반복하다보면 B를 대하기 미안함을 넘어 면목이 없어진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내가 맞은 만큼 똑같이 돌려주고 싶어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교사 입장에서 자력구제를 하는 학생이 더 마음이 편하다. 매번 그냥 맞기만 하면서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보다 쌍방과실(?) 내지는 쌍방폭행(?)이 오히려 괜찮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서로 한대씩 주고 받았으니, 먼저 때린 학생이 먼저 사과하고 반격한 학생도 사과하고 끝. 매일같이 당하기만 하고 마음은 약해서 반격 한 번 못하는 모범생(?)보다 학교 규칙, 학폭법을 어기면서까지 맞은걸 되갚는 게 오히려 나은 현실이다. 이쯤 되면 차라리 선도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참고로, 선도부 운영은 인권침해다.)

가장 좋은건 아무도 서로 먼저 놀리거나 떄리지 않는 교실. 혹은 서로 놀리기는 해도 때리지는 않는 교실일거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그런 교실은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걸. 이제 우리는 문제상황이 반드시 벌어진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할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6,7세 학생들의 상식과 양심을 믿어야 할까, 성인이고 특수목적대학-교육대학교-를 졸업한 뒤 학교에서 수년에서 수십년 경력을 쌓은 교사를 믿어야 할까. 자신의 행위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학생을 믿어야 할까, 형벌과 징계의 책임이 뒤따르는 교사를 믿어야 할까.

교사에게 그런 권한을 줄 수 없다, 교사를 뭘 믿고 그런 엄청난(?) 권한을 행사하게 허용해야 하냐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안전과 범죄 예방 교육은 교사들이 다 하고 있는 이 모순과 역설은 어찌하면 좋을까.

인성교육은 기본이고 학폭예방에 아동학대예방은 필수.

세월호 사건 이후 수상 안전 교육, 생존수영.

흡연, 음주 예방은 매년 당연히 해야 하고,

마약사건이 터지면 마약 예방 교육

딥페이크가 터지면 딥페이크 예방 교육

기절놀이 유행하면 예방 교육

햄버거 놀이 유행하면 예방 교육

온라인 도박이 문제면 예방 교육

자전거, (사라져야 할)전동킥보드 등 교통 안전 교육

여름철이면 물놀이 안전 교육

겨울철이면 겨울철 안전 교육

그런데 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며 진심어린 사과를 하도록 하는 교육은 할 수 없다. 앞으로 몇 년만 이런 상황이 더 이어지면 절대 다수의 교사들은 생활지도를 아예 포기할지 모른다.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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