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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장감수성 Jan 05. 2025

떨어지는 교권에는 날개가 없다-7.3

라떼 교사의 인권침해(?) 이야기

어제 비빔밥 안 먹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세요.  


  어제 비빔밥 먹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세요.

우리 집 근처 유명한(전주하면 콩나물국밥이다!) 비빔밥집에 가족모두가 가서 맛있는 비빔밥도 먹고 육회도 먹고 왔다. 다녀온 자동차 블랙박스 파일이 있다. 결제한 영수증도 있다. 가게에 가면 CCTV도 있을 것이니 증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제 비빔밥 안 먹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세요.

이건 어렵다. 심지어 누군가 나를 비빔밥집에서 봤다는 증언이 나오면 더 어렵다.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는 영수증도 비빔밥집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의 근거로는 부족하다. 해당일 자동차 블랙박스 전체를 제출해도 이동수단은 다양하기에 비빔밥집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의 근거로는 부족하다. 결국 목격자가 나를 본 시각에 내가 다른 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장소가 교실이 된다면 어떨까? 이제 내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 사라진다. 다른 학생들 모두가 못봤다고 증언하면 조금 나을까? 단 둘이 있을 때 했던 일이라고 주장하면 답이 없다. 보호자(학부모)가 법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는 대한민국 법정에서 교사는 속수무책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의 증언에 일관성이 있고, 가해를 부정하는 교사의 증언에 일관성이 있을 때. 목격자도 없고 맞은 부위에 멍이나 상처도 없고 오직 맞았다는 증언과 때린 적 없다는 증언이 대립할 때. 무죄추정의 원칙이 발동하고 증거우선주의가 작동하면 피고인의 이익 즉,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의 이익으로 판단하는게 법리에 맞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교사가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한 부분에 대해 보호자(학부모)에게 설명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우선,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 맥락을 말로만 전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행위만 남게 되는데 여기서 또 벽에 부딪친다. 교사가 이만저만해서 이러저러한 지도를 했다고 보호자(학부모)에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교사 입장에선 이게 매우 어렵다. 학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좋게 받아들일지 혹은 안 좋게 받아들일지)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반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그 학생의 보호자(학부모)에게 일러바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학생은 자신의 행위로 교사에게 지적을 받고 주의를 들었다. 그런데 보호자(학부모)가 또 혼을 낸다면? 아이는 이중으로 혼나게 된다. 교사로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생활지도를 당시 현장에 없었던 보호자(학부모)에게 설명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또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실제 벌어진 일과 학생이 집에서 보호자에게 전한 이야기는 다르다. 

"엄마, 나 오늘 레온이가 휘두르는 수건에 얼굴을 맞았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말을 듣고 어떤 상황이 떠오르시나요?)


  정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들은 급식실을 가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한다. 손을 씻고 나온 레온이는 주머니에서 색종이보다 조금 큰 수건을 꺼내 닦았다. 닦은 뒤 수건의 대각선 양 끝을 잡고 자신의 눈 앞에서 뱅글뱅글 돌리며 줄을 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앞자리에 서는 학생(초등학교 1학년)의 눈에 이게 재밌어 보였나보다. 휘두르는 궤적 안으로 자기 얼굴을 들이댔다. 당연히(?) 휘두르는 수건에 얼굴을 맞을 수 밖에. 그래놓고 나를 보며 억울하단 표정으로 말한다. 

"선생님, 레온이가 수건으로 저 때렸어요."

이 설명을 보호자(학부모)가 믿지 못하면 정말이지 답이 없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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