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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욱 Nov 19. 2024

라떼 우리 학교는-5

국민학교 다니다 초등학교 졸업한 현직 초등교사가 말하는 학교 이야기

  몇 년 전부터 언론에서 주 4일제 이야기를 다루는 걸 본다. 주 40시간 노동 이야기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요즘, 정부에선 주 52시간도 부족하니 원하면 120시간도 일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리는 요즘. 토요일도 학교를 가던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대다수 사람들이 주 5일제를 기본이자 표준으로 생각한다. 아마 학창 시절 때문일 거다. 바르셀로나와 황영조를 묶음으로 떠올리는 나 같은 사람은 학창 시절 토요일도 학교를 나갔다. 황영조는 몰라도 이봉주는 아는 사람이면 놀토를 경험했을 것이다. 금요일이 되면 선생님들은 알림장에 '내일은 학교 나옵니다.' 혹은 '내일은 학교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적으며 신신당부를 해야 했다. 아무리 나오지 말라고 말해줘도,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토요일만 쉰다고 강조해도,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면 꼭 누군가 말했다. 선생님, 저 토요일에 학교 나왔어요, 선생님 누구누구 토요일에 학교 나왔대요.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토요일만! 한 달에 딱 2번만 학교에 안 나와도 된다는 이 간단한 규칙을 학생도 학부모도 제멋대로 해석했다. 홀수와 짝수로 구별해서 학교를 가라 마라 하는 부모. 저번 주는 안 갔으니 이번 주는 학교 가는 거라고, 아무리 아니라고 외치고 알림장을 보여줘도 고질적인 내 아들 불신증을 이기지 못한 엄마,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학교 한 번 다녀와라, 손해 볼 거 없지 않으냐며 아침부터 깨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까지. 모두 토요일마다 꼬박꼬박 학교를 다니던 추억 때문인지 놀토 정책이 자리 잡는데 꽤나 혼란이 있었다. 

  토요일에 학교를 나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토요일은 꽤나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일단, 다른 요일과 다르게 급식이 없었다. 4교시를 마치고 모두가 집으로 갔다. 하굣길도 달랐다. 매일 보던 풍경에서 2~3시간 빠를 뿐인데 느낌은 뭔가 이상했다. 위병소를 막 벗어난 휴가자에 비유하면 너무 큰 과장일까. 학교 수업도 달랐다. 모든 토요일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토요일은 색다른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4시간 동안 미술만 하거나 반대항 시합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교사가 된 후 나도 아이들에게 토요일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려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커다란 대야와 페인트로 마블링 작품을 만들기. 모둠별로 재료와 역할을 분담해 비빔밥이나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 영화보고 감상문 쓰기. 반끼리 피구나 축구경기 하기. 

  방학 빼고 모든 토요일을 등교하던 시절에는 수업 일수가 220일이었다. 놀토가 생기며 205일로 줄었고 주 5일제가 정착하며 190일이 되었다. 190일이면 365일 중 절반을 조금 넘는 숫자다. 뒤집어 말하면 일 년 중 절반 가까이 학교를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들 딸은 항상 불평한다. 왜 매번 주말은 이리 빨리 지나가는가(실제로 주말은 평일보다 2.5배나 짧다.), 방학은 또 왜 이리 짧은 것인가.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의무교육이 참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상 나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으로부터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다행인지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뙤약볕에 팥죽땀을 흘리며 밭일할 때 교복 입고 가방 들고 학교에 가는 동무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그런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내가 아들 딸에게 190일 이야기를 해도, 밭일 이야기를 해줘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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