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서 돈을 버는 건 누구일까?
금융에서 돈을 버는 건 누구일까?
금융만큼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산업은 없다. 다른 산업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제공한 대가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반해 금융은 '부'자체를 가지고 돈을 벌어들인다. 물론 금융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지만 그 서비스라는 것들이 모두 돈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그만큼 금융에서 '돈을 버는 것은 누가 될지'에 대한 질문은 다른 산업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 된다. 어쩌면 금융이라는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금융 수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이해할 수 있다. 기대수익과 초과수익이다. 기대수익이 적확한 단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균적으로, 금융이 일으키는 성장 모멘텀에 의해 발생하는, 특별한 리스크를 지지 않는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이런 종류의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수익이다. 초과수익은 말 그대로 기대수익을 뛰어넘는 수익, 다른 사람들이 얻는 평균적인 수준의 수익을 초과한 부분, 어떤 리스크를 진 대가로 더 벌어들일 수 있었던, 기본을 넘어선 초과분, 이런 수식어가 붙는 수익이다.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 혹은 그게 어렵다면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기대수익의 한 종류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충분한 조사에 의해 선정된 특정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초과수익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
금융 수익을 기대수익과 초과수익으로 나눈 이유는 각각의 원동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수익을 일으키는 본질적인 요소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얻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각각의 본질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기대수익의 원동력, 기대수익을 일으키는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성장'이다. 금융의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성장은 금융을 일으킨 첫 번째 동인이며 지금도 금융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금융은 자본이 필요한 곳에 자본을 투입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성장의 결과물을 얻는다. 금융 없이 거대한 공장 설비 투자나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금융은 그렇게 불가능한 가능성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성장 모멘텀을 획득하게 된다. 최근 금융이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예전과 같은 시절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도 경제 전체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이라는 게 늘 같은 속도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친 경제는 같은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같은 성장을 이뤄내기 어렵다. 그래서 예전만큼 성장할 수 없고, 예전만큼의 기대수익이 발생하지 않아서 덜그럭거리는 것이다. 성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예전 같지 않은 것뿐인데 왜 문제가 생기냐라고 묻는다면 거기에 대해서 또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니 간단히만 생각해보면 이렇다. 우리가 매일같이 먹던 수준이 있는데 이제는 그만큼은 먹을 수 없다. 아예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기를 듬뿍 먹다가 이제는 콩이나 두부를 먹어야 한다고 하면 생존은 하겠지만 새로운 식습관에 적응할 때까지 뭔가 덜그럭거리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을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기대수익이 아닌 금융수익, 초과수익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초과수익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자 본질은 '정보'다. 상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큰 것을 가져갈 수 있다. 물론 정보는 투자 의사결정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정보의 공개와 사용에 대해서는 투자협회나 규제, 전문투자자들의 윤리 선언 등에서 엄격하게 다뤄지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는 투자 업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과 같이 정보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은 지 오래되었고, 그에 따른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인 투자에서는 정보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정보에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기초적인 정보들을 가공해서 얻어낼 수 있는 2차 정보에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2차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진짜 능력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회사들이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의 평균적인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이유, 그리고 투자회사들 중에서도 몇몇 사모펀드나 대형 IB가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도 모두 정보에 있다. 투자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도 마찬가지다. 보험사는 크게 봤을 때는 보험계약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계약자를 군집화했을 때 발생하는 평균적인 사고 발생률과 같은 정보는 더 많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통계를 만들 수 있는 보험회사가 가진 비대칭 전력이다. 우리 개인은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될지, 그래서 나의 보험료가 어느 정도가 되면 적정한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와의 거래에서 크게 보면 초과이익을 낼 수 있다. 물론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험을 통해 초과이익을 추구할 수 없도록 보험료가 적정한지 확인하고 규제하고 있다. 그래서 보험사로서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제한되는 면도 있다. 그런데 보험사와 계약자와의 관계에서 언제나 보험사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라는 개인의 정보에 대해서만 보면 내가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보험사도 여기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여러 질문과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개인적 정보에 있어서는 계약자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개인들이 가입하는 보험에서는 종종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 원인도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간단히 보면 '정보' 때문이다. 계약자가 정보를 통해 초과수익을 얻는 만큼 보험사는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보험사가 가지는 정보의 비대칭은 규제 당국의 통제를 받아 실현할 수 없고, 반대로 계약자가 가지는 정보의 비대칭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에서 두드러지고 대표적으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이 있다. 복잡할 것 없이 누가 손실을 보고 이익을 볼 지는 서로가 가진 정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금융은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서 초과수익을 분배하고 있는 산업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기대수익은 성장이 결정하고 그 이후의 초과수익은 정보가 결정한다. 금융 수익은 성장과 분배를 통한 수익으로 나눌 수 있고 성장이 만드는 게 기대수익, 분배가 만드는 게 초과수익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초과수익은 정보가 만든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초과수익은 얻을 수 없다. 우리가 종종 금융에서 실패하고 손실을 보는 이유는 당연히 정보가 더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초과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비밀스러운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수익을 얻으려는 욕심, 그 욕심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금융이 아닌 사기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개인들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니다. 금융회사들도 종종 이 본질을 망각한다. 금융사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그 사업영역이 자신들이 불리한 정보의 비대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면 본질적인 손실 요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 본질적 차이로 인해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데 그 외의 영역에서 이유를 찾으며 사업을 지속하기도 한다. 더 잘 평가했으면, 운이 좋았으면, 자본이 더 풍부했으면 돈을 벌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사업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초과수익은 정보에 달려 있다. 아무리 다른 영역에서 문제점을 고친다고 하더라도 정보의 비대칭을 역전시킬 만한 뭔가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 영역에서 새로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그러니 내가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 성장을 통한 수익만 노려야 한다. 그게 금융이고 그게 본질이다. 그러다가 내가 정보의 비대칭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초과수익을 노려야 한다.
금융에서 누가 돈을 버는가? 금융을 하고 싶다면 여기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대로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