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 구원자
광주는 일 년의 4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만큼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다. 출장을 떠나기 전에는 돌보는 길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불러 작별인사를 건넸다. 용인에게는 야옹이와 삼백이의 사료를 챙기고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할 것을 당부했다. 짧게는 1주일, 길면 2주일 후에 돌아오는데 용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먹이는 떨어지고 마실 물은 말랐다. 화장실도 가득 차 야옹이와 삼백이는 좀 참아야 했다. 처음에는 돌아오기 전날, 혹은 몇 시간 전에 했는데 그 보다 등짝 한 번을 맞는게 쉽다고 생각했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광주가 출장에서 돌아오면 고양이들은 구원을 받았고 사람들은 핍박을 받았다. 용인은 자기 방에 숨었고 서울은 걸레를 들고 차를 닦으러 나갔다. 그렇게 두세 시간이 지나 집에 돌아오면 구원을 마친 광주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시차 적응이 끝날 때까지 서울과 용인은 조용히 기다리다 밥을 달라고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광주가 캐리어를 챙기면 고양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게 되었다. 사료를 알아서 아껴 먹었고, 물은 목만 축이며, 화장실 사용을 자제했다. 펼쳐진 캐리어 안으로 들어가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 냄새를 맡거나 때로는 동남아의 고수 냄새를 맡으며 다음번 구원을 느긋이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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