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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꽂쌤 Jul 31. 2023

'나'도 가끔은 '그/그녀'가 되어보자.

감정 emotion이란 무엇일까? 감정은 마음의 움직임이라고 표현된다. emotion은 라틴어 emovere에서 파생된 단어로 여기에서 'e'는 '밖으로'라는 의미를 뜻하며 'movere'는 '움직이다'를 뜻한다. 즉, 감정은 밖으로 움직여 나간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 감정이 결정되곤 한다. 이 감정은 신체적으로 감각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심리적인 상태 변화로 인해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파악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감정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고자 한다면 그 감정을 느낀 당사자의 상징과 단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에 따라 인간관계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감정은 수천 년을 지나온 지금까지 정확한 정의로 규정되지 못하고 있다. 감정에 대한 비슷한 단어들을 살펴보자.


느낌 feeling, 느낌은 감정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기 때문에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라 분류할 수 없다. 굳이 나눠보자면 긍정적 감정(행복), 부정적 감정(분노)으로 구분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부정적 감정이라고 해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감정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감정이 마음에서 일어날 수는 있으나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있으나 분노 감정 자체를 나쁜 감정으로 이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가끔 마음속에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빨리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버리고 싶어 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나쁜 것이고 상황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위험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적 사고의 흐름은 정확한 근거도 없이 우리들에게 학습되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즉, 감정을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감정에 대한 올바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차리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긍정적'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낙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있어서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비슷한 용어로는 기분 mood이 있다. 기분은 몇 시간, 며칠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감정은 흔히 몇 초, 몇 분 동안 지속된다. 감정은 주관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고통스럽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극복하고자 애쓸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이 누적되고 크기가 커지게 되면 객관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신을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낙인찍거나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대인관계에서 점점 더 고립되는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다음으로 비슷한 용어로 정서 affect가 있다. 정서는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지각하고 이에 따르는 생리적 변화를 동반하는 복잡한 상태이다. 정서를 여러 가지 감정, 감정을 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라고 정의 내리기도 한다. 정서와 감정은 공통적으로 자기 자신과 외부에 의해 발생하는 복합적인 심신변화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다.


다니엘 핑의『후회의 재발견』에서 후회에 접근하는 방법 중 하나로 3인칭 접근이 있다. 후회를 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지나친 감정에 함몰되어 반추의 늪에 빠진다는 것이다. 3인칭 접근은 영화촬영감독이 카메라 렌즈를 줌 아웃함으로써 자신과 거리를 두고 그 공간에 객관적 분석과 전략을 넣는 방법과 유사하다. 지나친 1인칭 접근은 어떤 사건에 대해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여 감정소모를 일으키고 효율적인 결정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3인칭 시점에서 자신을 바라보기가 필요하다. 우리 자신을 스스로가 관찰자입장이 되어 바라보는 것이다.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다 보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놓치고 있었던 정보를 발견하게 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1인칭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두게 되면 이성적으로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나'라는 주어보다는 '그/그녀'로 사용하여 3인칭 작가 시점으로 자신을 표현해 보는 것이다. '나는 살아야 해'라는 표현 보다 '그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표현한다면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봐지기 때문에 좀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나'에 함몰된 나머지 제대로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어떤 문제가 생긴 상황을 '네모상자'라고 해보자.


네모상자를 1미터 가까이서 보는 것

네모상자를 100미터 거리에서 보는 것

네모상자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네모상자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는 것


이렇게 시각을 옮겨가며 바라보게 되면 네모상자가 너무 작게만 보거나, 크게만 보거나, 네모난 면만 보거나, 뾰족한 모서리만 보는 실수를 줄이게 된다. 네모는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다는 것을 큰 바운더리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 다각도로 시점을 바꾸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느끼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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